대구 경상고 학생들에게서 소소한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작지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감사일기`를 펼치기 전인 어제 혹은 오늘 아침까지 있었던 자신만의 스토리를 적는 `자기성찰`을 하게 되면서 작은 행동에도 겸허한 생각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경상고에서 윤리과목과 논술 등을 책임지고 있는 김기환 교사(사진)는 오래 전부터 끊이지 않는 `청소년 범죄`에 학생들의 인성을 책임지지 못한 교사로써 죄책감을 가져왔다. 아울러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보다 좋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란 고민을 꾸준히 가져왔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히 훈훈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와 책들을 접하면서 학생들의 인성향상에 적합한 방법이 없을까 고심해 왔다. 그랬던 그에게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눈에 들어온 것은 재작년께. TV토크쇼의 여왕이자 트위터 팔로워 2500만명,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손꼽히는 윈프리는 그러나 유아·청소년기엔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왔던 한 흑인 여성에 불과했다.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6세때 위스콘신주 밀워키로 이주해 자란 그녀는 9살의 어린 나이에 사촌오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더욱이 14살에는 미혼모가 됐지만 그렇게 낳은 아들이 2주 후 죽는 고통까지 겪었다. 그러나 인간으로써, 여성으로써 더 이상 낮아질 수 없었던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감사일기`였다. 김 교사는 "윤리교사다보니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게 제일 큰 고민이었다"면서 "행복한 삶을 전하는 기사나 책들을 꾸준히 접하다 최악의 삶을 살던 중 목사님의 권유로 감사일기를 쓰게 되면서 성공을 하게 된 윈프리를 알게 됐고 이것을 학생들에게 접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의 추진력으로 경상고에 감사일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3월. 그렇지만 거창하게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에는 김 교사가 맡고 있는 윤리시간에 맞춰 학생들이 통합사회 책 표지 빈 공간에 `감사`라는 키워드로 어제와 오늘 있었던 자신의 스토리를 적는 것이 전부였다. 감사일기를 처음 시작할 당시 학생들의 반응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자기성찰`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는 있었지만 대입 준비에 돌입해야 할 학생들에게 감사일기는 또 하나의 과제로만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기를 작성하는 학생들의 반응도 시큰둥 할 수 밖에 없었다. 김 교사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성찰의 중요성을 동료 교사들과도 교류하면서 조금씩 확대하려고 노력했고 어느 순간 `자기성찰`이란 요소는 학생들의 가슴 깊숙히 새겨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생각하기 시작했고 나아가 자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께서 간식으로 토마토를 썰어 주셨다`, `버스기사님께 고개 숙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등 평상시라면 흔히 지나쳤을 모든 행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어른을 공경하며, 친구의 우정을 소중히 생각하고, 후배들을 위해 바른 마음가짐을 가지려는 노력이 확연히 드러났다. 처음에는 단지 몇 줄에 불과했던 감사일기가 어느순간서 부턴 꽤 긴 문장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건성으로 보였던 문장 역시 단어 하나하나에 자신의 감정이 담긴 `심오한` 문장들로 탈바꿈 한 것이다. 김 교수는 "교사라는 직위로 감사일기를 강제했다면 지금처럼 큰 효과는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수업을 하기 전 학생들에게 감사라는 키워드를 접목해 어제 있었던 일을 짧게 적어보라 했다. 낯설어 하는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해주며 감사일기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의 마음은 언제나 순수하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감사함이 접목되다 보니 어른들은 생각지도 못한 순수한 마음이 감사일기 곳곳에서 보여진다"며 "학생들의 인성과 글쓰기 능력, 교육청이 강조하는 과정중심평가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옳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김 교사의 오랜 생각과 노력으로 탄생한 `감사일기`는 어느덧 경상고의 중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올 2월 학생들이 작성할 `감사일기` 500여권이 제작돼 1학년 전 학생, 2~3학년 130여명 정도가 감사일기를 작성하고 있다. 경상고는 `감사일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재 전체 학생들로 확대할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김 교사는 "우리가 흔히 보는 기도나 명상, 일기 작성 모두가 자신의 성찰이다. 그만큼 자신의 지나간 날을 되짚어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감사일기는 학업의 연장선에 있는 학교 프로그램이 아니다. 논리교육 본연의 목표와 부합하기도 하지만 나아가 자신의 지나간 날을 되짚어보고 이를 통해 자신을 조금 더 다듬는 인성프로그램로써의 역할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