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한일관계가 2차 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세간이 평가다. 한일 양국이 너무 감성적인 외교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물꼬가 트일 것이란 관측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정상회담에서 관계개선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아베 총리도 전제조건을 달지 말고 회담에 적극 응해야 한다. 한일양국은 서로가 미국, 중국에 이어 3대 교역국일 만큼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얽혀있다. 지난 한해 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양국을 오갈 정도로 민간분야 교류는 물론 정치인 교류도 활발하다. 그런 만큼 정치, 외교적 갈등이 지금보다 악화될 경우 양국 모두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한일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달 경주에서는 일본 의원연맹 ‘가와 무라 타게오’ 간사장을 비롯한 일본 국회의원 대표 7명과 한국 측 국회의원 대표 8명이 양 국가 교류증진과 관계발전을 위해 합동회의를 가졌다. 한일 의원연맹은 일본측 국회의원 306명과 한국측 국회의원 179명으로 1972년 설립된 이래 서울과 도쿄를 오가면서 교류행사를 해오고 있다. 고도 경주에서 열리기는 올해처음이다. 우리는 일본과 단절에 있어서 누가 더 피해를 입을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가뜩이나 나라경제가 어려운 판국에 일본 자본이 빠져 나가면 증시부터 휘청 거린다. 일본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되지만 이런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의 시각이다. IMF 때 일본이 한국에 투자 금을 먼저 회수해 한국이 상당히 힘들었던 적이 있다. 오래 끌면 끌수록 피해는 양국 국민이 입는다. 일본은 이미 재벌이 100년 전에 생긴 나라다. 자본주의 역사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이다. 소프트 벵크 손정이 회장이 쿠팡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사례를 보더라도 알수있 다. 국가 간 외교에서 속 좁은 식견만큼 어리석은 건 세상천지에 없다. 그렇다고 굴욕외교는 국민이 용서치 않는다. 국가 간의 충돌은 신뢰를 잃었을 때 일어난다. 우선 어디서 꼬여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고민해야 한다. 실속 있는 외교를 하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렸다. 악화 될 대로 악화된 양국 관계 속에 두 나라 국방수장이 8개월 만에 만난 거다. 두 장관은 비록 해상 초계기-레이더 문제의 책임소재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긴 했지만 재발 방지와 현안 해결 추진에 뜻을 같이했다. 초계기 사건이후 사실상 중단된 양국 국방교류와 협력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수교 이래 협력과 갈등을 반복해온 한일관계는 아베정권 출범이후 유독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아베정권이 과거사 반성과 사과 없이 우경화와 군사대국화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해상 초계기 사건 등이 얽히면서 상호불신과 갈등이 더욱 증폭됐다. 더 나아가 일본 강경파들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까지 거론할 정도로 혐한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후쿠시마 산 수산물 수입금지 판정에서 패소한 뒤 한국 수산물에 대한 보복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 기업의 절반이상이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어쨌든 한일 간의 관계개선은 두 나라 정상만이 해결할 수 있다. 지난번 한일국방장관 회담이 어렵게 성사된 만큼 양 국가 정상이 만나서 그동안 서운했던 일들이 무엇인지 툭 털어놓아야 한다. 불필요한 갈등이 재발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