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보릿고개 넘어부황 든 얼굴로 어질어질동구 밖 한길까지 따라와눈물 그렁그렁 배웅하시던어머니! 어머니!_어여 가, 내 걱정 말구_가서 몸 성히 공부 잘허구아직도 가물가물 손 흔드신다. -임영조, `아지랑이` 가슴이 먹먹해 오는 `어머니` 시다! 인자하신 어머니를 떠 올리게 하는 찬연한 슬픔의 시다. 시인은 충남 보령출생(1943년)으로 1971년도(중앙일보 신춘)에 등단해서 2003년에 타계했다. `아지랑이`란 무엇인가? 맑은 봄 날 먼 공중에 아른아른 거리다 사라지는 공기현상 아닌가. 아지랑이, 그 붙들어 둘 수 없는 안타까운 그 것! 바로 우리들 인생의 은유가 아닌가 보릿고개를 넘든 우리들의 가난했던 지난 시절, 부황 뜬 얼굴의 어머니께서 동구 밖 한길까지 따라 나와, 눈물 글썽이며, 대처로 공부하러 떠나는 자식을 배웅하고 있다. `어여가, 내 걱정 말구/가서 몸성히 공부 잘 허구`가물가물 아직도 손 흔드시고 계시는 우리들의 어머니! 어머니의 애틋한 모습이 아른아른 거리는 `아지랑이`로 유추되고 있다.　여담이지만, 올해는 지난해 5월. 설악산에서 입적하신 백담사 조실 스님, 무산 스님의 1주기다. 무산 조오현 스님은 우리들에게 시, `아득한 성자`로 유명하신 시인이다.죽을 때가 지났는데도/나는 살아 있지만/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천년을 산다고 해도/성자는/아득한 하루살이 떼 -조오현, `아득한 성자` 中조오현 스님께서 생전에 들려주신 `아지랑이` 법문은 문단에서 꽤 유명해진 법문이다. 여기 그 `아지랑이` 법문 일부를 소개 한다 `원래 내 것은 없는 거야. 아무것도 붙들어 둘 수는 없어, 돈도, 사람도, 집도. 돈은 `아지랑이` 같은 거야. 잡으려고 하면 안 잡혀, 돈은 버릴 줄 알아야 돈이 들어 와. 돈의 성품이 `아지랑이`야. 아지랑이, 아지랑이만이 아지랑이가 아니라 모든 게 아지랑이야. 사물 자체가 다 그렇다. 설악산을 다 갖고 있은 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 `아지랑인` 줄 알면서 열심히 쫓아다니는 게 인생이지. `아지랑이`를 쫓는 게 삶 자체야. 아무것도 필요 없는 거야 `아지랑이` 붙들고 사는 동안 으스대다 가는 거야. 결국은 다 헤어지는 거야. 사람하고도, 돈 하고도, 집도, 물건도, 다 두고 가는 거야. 내 것은 오로지 `내 마음` 하나밖에 없는 거야. `알렉산더`는 죽을 때 손을 관 밖에 내 놓았어.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거야. 다 버리고 간다는 거야. 살아 있을 때는 아등바등 모아서 죽을 때는 다 버리고 가는 거야` 아, 저 어머니, 아지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