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일 관계와 달리 미·일 관계는 최상인 듯 하다. 최근 즉위한 일본 나루히토 일왕의 첫 국빈으로 지난 25일 3박 4일간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한 아베 총리의 얼굴은 트럼프의 방일 기간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한국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때 늘 뭔가 못마땅하고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봐왔던 우리로서는 아베 총리가 두 얼굴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기간인 지난 26일엔 골프를 함께 치고 스모를 관람하고 저녁을 같이 먹는 등 11시간 동안 함께 하며 밀월을 과시했다. 또 지난 28일에는 일본 자위대의 헬기탑재 호위함 `가가`(加賀)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함께 승선해 `가가`가 동북아지역을 위협으로부터 방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가가`의 항공모함 개조도 승인했다고 한다. `가가`가 항모로 개조되면 미국에서 도입하는 수직 이착륙 전투기 F-35B 10대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무적의 전투기`로 불리는 F-35 스텔스기를 추가로 105대도 구입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향후 10년 내에 F-35 스텔스기를 총147대 보유 운용하는 공군력을 과시한다. 미국을 제외하곤 F-35 스텔스기를 가장 많이 보유하는 국가가 된다. 일본은 현재도 최첨단 전투기 보유 대수(201대)에서 한국(60대)보다 3배나 많다. 미국은 자국이 개발한 최첨단 전투기를 동맹국이라고 해서 선뜻 팔지 않는다. 정말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사이라야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일본이 향후 미국의 최신 전투기를 100대 넘게 구매할 것이라는 미국 대통령의 발표는 현재 미·일 관계가 얼마나 굳건한지 짐작하게 해준다. 아베 총리는 집권 후 평화헌법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평화헌법 개정은 일본이 군사 대국으로 가겠다는 신호탄이다. 일본은 지금 그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헬기 호위함 4척을 항모로 개조 땐 일본은 3대 항모보유국이 된다고 한다. 최신 항모에 최첨단 전투기를 싣고 해상을 누비는 일본을 생각하면 무서운 생각이 든다. 미국은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막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일본의 군사력증강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양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정치·경제 군사적으로 최악의 관계다. 경제는 무역 전쟁으로 격화되고 군사적으로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용인하는 것도 중국의 패권을 공동으로 저지하려는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일의 밀월을 보면서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세계 2차대전 때만 해도 미국과 일본은 철천지원수 사이였다. 일본의 침략을 받은 중국도 미국과 더불어 일본에 항전한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일 기간 승선한 호위함 `가가`는 일본이 2차대전 당시 선전포고도 없이 미국의 진주만을 기습공격 할 때 동원된 일본의 항공모함 `가가`와 이름이 똑같다. `가가`에 탑재한 일본의 전투기들이 진주만에 정박 중인 미군 해군 함대들과 전투기들을 무차별 폭격, 미군 수 천 명이 전사하고 전함들은 불길에 휩싸였다. `가가`란 이름만 들어도 과거 일본의 진주만 공습 만행이 떠올라 개명을 요구했을 터인데 미국 대통령은 오히려 항모로 개조를 승인했다니 놀랄 따름이다. 미국의 지원 속에 일본은 막강한 공군력과 해군력을 보유하며 경제 대국에 이어 군사 대국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미·일의 찰떡 공조에 자칫 한국만 중국과 북한의 핵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까 두렵다. 한·미동맹은 말로만 굳건해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를 정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