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불국정토로 불렸던 경주 남산자락에 업소용, 주거형 건축물이 무절제하게 난립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경주시가 관련 법령에 의해 허가를 해줄 것이 아니라 문화재 주변 경관 보존과 훼손 방지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29일 경주시 남산동에 위치한 보물 제124호 남산동 동·서삼층석탑과 10m에 불과한 곳에 대형 건축물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건축물은 총 2053㎡(621평)의 부지에 4개동 263㎡(80평) 규모의 한옥으로 지난 2월에 허가를 얻었으며 현재 공정은 약 80% 정도 진행됐다.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는 곳은 보물과 근접해 칠불암길로 들어서면 펼쳐지는 신라문화유산의 장엄함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보물의 남쪽길에서 북쪽으로 쳐다보면 삼층석탑이 완전히 가려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두고 법적인 하자가 없었다 하더라도 남산동 주변의 신규 건축물 허가는 자제했어야 옳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문화재 전문가 A씨는 이를 두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동남산 자락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건축물을 보면 문화재 주변 환경훼손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법은 최소한의 규제일 뿐이므로 법보다 국민의 정서를 우선해 더 이상의 훼손을 막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 B씨는 "남산은 노천박물관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세계적인 문화재가 산재해 있으며 화랑들의 심신수련 도량, 불교유적이 집중돼 있는 곳"이라며 "이 지역에 식당과 숙박업소가 들어서고 대형 주택이 하나둘 별다른 규제 없이 새로 들어서고 있는 것은 특혜로 보일 수도 있으며 이 시비를 불식하기 위해 경주만의 조례를 제정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건축물의 부지는 애초 농지였으나 건축허가 과정에서 농지 형질변경 허가까지 받았기 때문에 별다른 법적 규제를 받지 않고 허가가 나왔다. 또 문화재 주변 구역이지만 문화재 현상변경 허용기준 2구역으로 지정돼 한옥 기와지붕을 포함한 경사 지붕일 경우 최고높이 7.5m 이하면 경관 등 현상변경 허가 없이 신축이 가능한 곳이다.  경주 남산 일원에는 약 40개의 문화재가 산재해 있지만 중요도에 따라 1구역~7구역까지 나누고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있다. 건축허가부서에서도 이 지역은 현상변경과 시발굴 등 문화재 관련 제재법령에 저촉되지 않으면 건축법에 따른 허가절차를 밟아야 한다. 경주시 관계자는 "해당 건축물에 대해 건축행위 중 매장문화재가 발견되면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신고하라는 조건부 허가를 냈지만 그것은 경주의 대부분 건축물에 붙이는 통상적 조건"이라며 "경주의 핵심 문화재 구역에 건축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지만 법적 제동 장치가 없어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주를 찾은 관광객 최성복씨(46·인천시)는 "세계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문화유산을 품은 남산자락에 빼곡하게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은 난센스"라며 "경주시가 돈을 들여 문화재 주변 땅을 사들여 경관 조건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허가 과정에서 철저하게 심의를 거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삼층석탑에서 칠불암으로 가는 길목에는 이미 30~40년 전부터 있던 취락지역의 주택을 제외하더라도 대형 식당과 한옥 펜션, 개인 주택 등 20여 동의 새 건축물이 들어서 있다. 한편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펴고 있는 정재윤 경주교육발전연구회장과 김인재 늘봄학교 교장을 비롯한 문화재지킴이 회원들은 설사 허가절차를 밟았다 하더라도 문화재성지에 신축 건물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