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오는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 오려 한다. 소양강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　오월을 사랑하고 오월을 닮았던 시인 피천득 수필 `인연`의 마무리 부분입니다. 시인이 살아계신다면 진미령의 `미운 사랑`을 노래방 18번 곡으로 선택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가슴이 사랑을 잊지 못해 `이별`로 끝났지만 `그 끈을 놓을 순 없어` 주말에는 춘천에 다녀와야 했으며 그 작고 `미운 사랑`은 소양강 가을 경치처럼 해마다 되새김되고 되풀이되는 아름다운 눈물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남몰래 기다리다가 가슴만 태우는 사랑/어제는 기다림에 오늘은 외로움 그리움에 적셔진 긴 세월/이렇게 살라고 인연을 맺었나? 차라리 저 멀리 둘 걸/미워졌다고 갈 수 있나요 행여나 찾아 올까봐/가슴이 사랑을 잊지 못해 이별로 끝난다 해도/그 끈을 놓을 순 없어 너와 난 운명인거야 -미운 사랑,진미령 작사,송광호 작곡,진미령 노래　새로운 18번으로 이 곡을 선택한 친구가 `이렇게 살라고 인연을 맺었나? 차라리 저 멀리 둘 걸` 부분을 부르며 그윽하게 눈을 감을 때 노래가 친구의 삶이 되고 웅변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인연을 차라리 저 멀리 두고 싶다는 노래 구절은 마치 종교적 수행을 다져온 선사의 가르침처럼 심중에 와 닿습니다. 인연을 저 멀리 둘 줄 아는 경지는 되어야.`남몰래 기다리다가 가슴만 태우는 사랑. 어제는 기다림에 오늘은 외로움. 그리움에 적셔진 긴 세월`이 너무 길고 아팠기에 진미령은 저 멀리 두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 친구도 그런 세월이 있어 이 노래를 부르며 저 멀리 두었던 지난 사랑을 떠올리며 눈을 꼬옥 감았겠지요. 이 노래의 핵심은 `이렇게 살라고 인연을 맺었나? 차라리 저 멀리 둘 걸` 두 줄에 있습니다. 곡조는 노랫 말을 더욱 기가 막히게 살렸습니다. 이 노래에서 감초 역할을 하고 있는 두 줄 악기 해금은 애절하면서도 흐느끼는 듯한 소리로 가슴 아픈 인연을 위해 울어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노래 진미령의 `미운 사랑`은 2012년에 발표되어 절절한 가사와 친근한 멜로디로 중년 여성들의 공감을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노래입니다. 1958년생 서울 출신인 진미령(본명 김미령)은 같은 세대 사람들에게 노래방 18번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제 친구는 가수 진미령과 같은 세대로 지금은 추풍령 인근 마을에서 수도승처럼 살고 있습니다. 진미령만큼 이 노래를 잘 소화하지는 못하지만 감정과 주제의 표현은 더 애절하고 훌륭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가슴 속에 평범하지 않은 이별 하나를 숨겨두고 살아갑니다. 가슴이 사랑을 잊지 못해 `이별`로 끝날 `미운 사랑`하나를 품고 다닙니다. 그렇다고 이 미운 사랑이 정말 미운 것은 아닙니다. 미운 일곱 살이 밉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엄마는 미운 일곱 살 사고뭉치 아들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미움이 `엄마들의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곱 살 개구쟁이의 미운 행동 때문에 화를 내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사랑하는 마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바로 인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네의 미운 사랑 역시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피천득님과 아사코의 세 번째 만남처럼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사랑이라 해도 그 끈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피천득님의 수필 `인연`의 마무리 부분처럼 이 노래도 마지막 부분이 압권입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습니다. ♩♪너와 난 운명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