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촌마을에서 세계적 철강 도시로 변모한 포항. 52만 시민이 살고있는 포항은 경북에서 가장 큰 도시다. 도심에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포항은 바다가 그리운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찾는 해양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죽도시장엔 늘 싱싱한 해산물이 넘치고 횟집에서 먹는 시원한 포항물회는 포항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KTX 개통으로 한결 가까워진 포항은 해안선을 따라 영일만을 볼 수 있는 절경들이 눈부신 도시다. 포항 시민들 가운데는 바쁜 일상 탓에 이런 멋진 모습을 잊고 사는 시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말인 지난 11일 저녁 KBS에서 방영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보고싶다 영일만 사람들`은 포항 시민들로 하여금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방송이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영철은 연기력이 뛰어난 인기 탤런트다. 웬만한 사람들은 그를 한눈에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동네 한 바퀴는 포항 운하를 타면서 시작됐다. 포항 운하는 포항제철 건설로 인해 바뀐 형산강 물줄기를 원래대로 동빈내항 쪽으로 돌리고 크루즈가 운항하고 있다. 2014년 1월 준공한 포항 운하는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시설로 포항을 찾는 관광객들은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됐다. 도심을 통과하는 포항 운하는 한강 유람선과는 또 다른 매력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진행자는 말한다. 운하에서 내린 진행자는 실개천이 흐르는 포항 중심상가를 찾아 디스코 음악에 맞춰 롤러스케이트를 직접 타보기도 했다. 50대 여사장은 젊은 시절 신나게 타던 롤러스케이트가 좋아 사업을 시작했단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는 모습은 보기에도 즐거움 그 자체였다.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도 훌훌 날리는 일석이조의 재미에 복고풍의 향수마저 고스란히 전해졌다. 방송에서 소개된 중심상가의 또 하나의 명소는 시민제과다. 1949년 오픈한 포항1호 빵집인 시민제과는 포항시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추억이 서린 명소다. 지난 2005년 경기침체로 문을 닫았다가 작년 여름 13년 만에 문을 연 시민제과는 지금은 손자가 3대째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빵 중에 단팥빵과 찹쌀떡은 예전 맛을 그대로 낸단다. 예전 맛이 나는 것은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제빵사들이 재개점 소식을 듣고 기꺼이 합류해 정성껏 빵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 하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죽도시장. 이곳에서 돌 바위처럼 큰 개복치 장사를 남편과 36년째 묵묵히 하고 있는 60대 가게주인. 길흉사에 빼놓을 수 없는 개복치는 무색, 무취, 무맛 등 3무가 특징이란다. 그러나 삶은 개복치 맛은 식감도 괜찮고 맛도 좋았다. 개복치를 손질하느라 손가락이 성한 데 없었지만 전국에서 밀려드는 개복치 애호가들의 주문에 개복치와의 사랑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외에도 동빈 내항에서 출어를 하는 주낙 어선을 위해 미끼인 새우를 낚시 바늘에 끼우는 힘든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어민들과 작업자들. 한 마리의 생선이 식탁위에 올라오기까지 과정을 지켜보면서 진행자는 어민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포항 송도 솔밭과 포항 영일대의 야경은 포항을 찾아오고 싶게 만드는 하이라이트 역할을 했다. 동네 한 바퀴 포항 편은 포항의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좋은 기회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멋진 풍경에 더해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양한 포항시민들이 생업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더욱 진한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지진 여파에 철강경기 침체로 포항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서 경기가 회복되어 모두가 웃으며 동네 `한 바퀴` 할 수 있는 그 날을 손꼽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