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125대 일왕(日王)인 아키히토 천황(天皇)이 퇴위하고 나루히토 왕세자가 126대 일왕으로 즉위하였다. 이웃나라 경사를 축하해주어야 하지만 아직은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천황(수메라미코토)의 호칭은 일본 고사기(古史記)와 일본서기(日本書紀)를 따른 거지만 우리가 굳이 일왕이라고 함에는 멀리는 1592년 임진왜란에서 가까이는 1910년 강제병합에 따른 국위손상은 물론 군국주의의 폐해로 인한 감정해소가 미미한 상태에서 반감이 상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이웃나라와는 악연을 가진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역사는 지금도 도도히 흐르고 있기에 지난 역사를 반추하여 나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부국강병과 실리 외교를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매년 11월 23일이 되면 천황가에선 이세신궁에서 신상제(神嘗祭)를 올리는데 일본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여신 아마테라스오오미카미(天照大神)를 초혼할 때 `아지메 오게 오 오 오 오 오게`라는 경상도 말로 된 강신(降神) 축문을 왼다고 한다. 이것은 6세기경의 고대 역사기록인 구사기(舊事記)의 천손본기(天孫本紀)에 모노노베노(物部) 가문에서 신라의 신도 제사를 담당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신라시대 `아지매`는 귀부인들의 호칭일 것으로 본다. 1990년대 초쯤 박병식 저 `일본어의 비극`을 읽은 적이 있다. 여기서 일본어 50음도가 경상도말로 된 자장가이고 우리말의 하나 둘 셋 넷에 해당하는 `히또쯔 후따쯔 밋쯔 욧쯔`가 또한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말을 모두 떼어내면 `히후미요 이 못 나나 야 고고나 도`가 되는데 히후미를 사람이라고 할 때 `히후미야 이 못난이야 그것 나 줘`가 된다. 이 말들 끝에 `또쯔(도줘)`를 붙인 것이라며 또한 고대 한국어가 일본어로 바뀐 음운변화 규칙도 밝히고 있다. 필자는 2000년 4월말쯤 `고령 가야대학교 고천원고지 제사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슬비가 내리는 교정 북쪽 산기슭에 도착해서 보니 천막이 여럿 보이고 일본관광객 표시가 된 관광버스들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천막 앞쪽에 큰 선돌에 `고천원고지(高天原故地)`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그 앞 제단 위에 제물과 함께 대가야 1대 아진아시왕, 아마테라스오미카미, 그 남동생 스사노오미코토(素盞嗚尊) 등 3개의 신위가 세워져 있었다. 연락을 준 윤 선생을 만나니 박병식 선생님을 소개해 주셨다. 그 자리에는 부산주재 일본공사도 참석하였다. 그 때 일본 신화를 좀 알아보긴 했지만 일제 강점기 때 황국사관 등을 생각하며 이런 행사를 해도 되는 건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가야대학교 이경희 총장은 역사학자로서 일본 천황의 고향인 `다카마노하라((高天原故地)`가 바로 대가야 수도 고령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츠쿠바대 고대일본어 전공인 마부치 가즈오 교수 또한 1997년 관련 저서를 내고 직접 고령을 찾아서 `이곳이 바로 천황의 옛고향 다카마노하라이다`라고 선언하면서 이러한 공원이 조성되고 한일공동 행사를 매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이세신궁은 원래는 한민족과 관련된 신인 다카미무스비노미코토(高皇産靈尊) 즉 골목신(高木神)을 모셨으나 일본 왕실조상신인 천조대신으로 바꿔치기 됐다고 한다. 앞서 국내청 사서역과 도쿄대 교수인 구메구니타케는 `신도는 제천의 옛풍속`이라며 부여의 `영고`처럼 하늘에 지내는 제사라고 주장하여 우익들로부터 장칼로 생명의 위협을 받았지만 굽히지 않은 바가 있다고 한다. 한편 대가야와 연관설은 천조대신의 아버지인 이자나기를 여러 사적에 따라 대가야 1대 아진아시왕이라 비정하고, 공주와 왕자가 속국인 왜로 건너가서 신화의 주인공이 된 것이라는 기기역사와 연구결과가 있다. 지금 한국인에게 천황 호칭은 제국주의의 상흔이 아직 남아 있기에 거부감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헌법 사항이기도 하므로 대통령 호칭에 준하여 고려할 일이다. 이에 일왕인 나루히토 천황이 가까운 이웃인 양국 우호증진을 위하여 1984년 `유감`과 2000년 `통석의 념`과 `천황은 백제 후손`이라는 큰 파장에 이어 더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