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국회에서 동물국회를 벗어나 보겠다고 제정한 국회선진화법이 이번 국회의 선거제개정안·공수처법안·검경권한조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과정의 폭력으로 결국 휴지쪽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이상적 제도를 만들어도 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는 것이 이번에도 다시 확인된 셈이다. 먼저 물리력을 쓴 쪽이 누구냐를 두고 불법행위자를 가리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특위위원의 사보임 등 불법행위를 막기위한 정당한 물리력 행사였다는 쪽도 있고 보면 잘잘못을 가리기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대립 정치세력간에 고소고발이 시작된 이상 사법부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지만 이 역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판단은 명쾌하지 못할 것같다. 　그렇다면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이에 동조한 군소3당의 성공이 자유한국당의 반대투쟁에 진정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을까? 국회특위에서 5분의 3의 득표로 패스트트랙을 지정했지만 반대의사를 가진 특위위원을 회기중에 본인이 사임을 하지않았는데도 교체해가면서 까지 이를 가결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본인이 질병등으로 직무수행을 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독립성을 무시한 처사로 지적될 수도 있다. 이런 처사가 관행화된다면 다수 정파의 이해에 따라 입법과정의 여론왜곡이 충분히 가능해 질 수 있다. 　이같은 특위위원의 편의적 사보임은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의 성공이 결국 이들 정파의 진정한 승리로 보기 어렵게 하고 있다. 권위주의 시절 국회에서 여당이 물리력으로 의안 처리를 강행할 때 썼던 편법 등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설사 이번 결정에 흠결이 없다 해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합의없는 강행처리는 20대국회의 남은 회기 국회운영을 매우 험난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을 청문회 없이 임명한데 이어 국민다수가 부적절하다고 본 헌법재판관 후보를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해 야당과 국민을 무시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에 이같은 독주가 벌어진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역대 정부 가운데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장관이 가장 많았던 것도 문제지만 임명권이 행정부의 책임권내에 있다는 점에서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과 선관위상임위원은 행정부 권한을 넘어서는 직이기 때문에 일방처리는 국민들의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산적된 불만이 이번 사태로 분출되면 향후 국회일정에 많은 파장을 몰고 올 것같다. 　그렇다고 이번에 신속처리로 지정된 법안이 여권에서 주장하는 개혁적인 것인지에도 의문이 많다. 공수처법안은 당초 고위공직자의 대상범위에서 청와대,대통령친인척,장차관,국회의원등이 들어 있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사정을 목적으로 했는데 이들이 모두 빠졌다. 판검사를 주된 대상으로 삼고 처장인사권을 대통령이 가지는 안을 올림로써 오히려 대통령권한을 강화하는 반개혁적이란 평가도 있다. 공직자선거법은 국민이 제데로 이해할 수 없고 대통령중심제하에서는 권력구조가 합리적이지못해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있다. 　이렇게 개혁과 거리가 멀고 여권과 대통령에게는 유리한 법안을 신속처리하기 위해 물리적 충돌을 가져온 국회운영을 함으로써 앞으로의 국회일정에 지장을 준다면 민생과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 보선에서 참패한 여권으로서는 이들 법안을 다음 선거에 유리하게 써먹으로려 들지 모르나 경제가 무너지면 어떤 수단으로도 민심의 이반을 막을 수 없다. 패스트트팩 지정 강행이 승리가 되려면 민생경제를 살리고 선거에서 이겨야하는 데 경색국회가 이를 보증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