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으로 일찍이 비핵화로 획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화제다. 　필자가 중앙아시아에 관심을 처음 갖게 된 것은 `동아시아언어처리 및 정보기술 국제학술대회(ALPIT)`를 창설하여 2000년 중국 선양, 몽골 울란바토르, 베트남 하노이, 태국 방콕에 이어서 2006년 개최지로 중앙아시아를 모색하면서 시작된다. 　일단 후보지로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로 정하고 접촉 인물을 찾기 시작했다. 먼저 타쉬켄트에서 인물이 섭외되었고, 알마티는 인터넷을 뒤지면서 노력한 끝에 키맵(KIMAP) 대학의 행정부총실 비서실장인 수지코바 발쯔한 박사와 연결이 되었다. 이 대학은 초대 대통령인 나자르바예프 정부의 경제고문인 방찬영 박사가 창설하여 중앙아시아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이끌 인재를 키워내려고 미국 MBA 수준의 교육을 시키는 곳으로 유명하다. 　수지코바 박사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공부한 참 친절하고 지적인 분이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소련시절 소련방 의원이었는데 카작 스텝지역에 구소련의 핵실험으로 인하여 인명피해가 많으니 핵실험을 금지하라는 청원을 많이 해서 카작 민족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또한 모스크바국립대학 법대를 나왔으며 쿠바헌법를 제정하는데 공이 커서 쿠바헌법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는 웹페이지를 수년전에 나에게 보내온 적도 있다. 알마티에 도착한 다음날은 밤에 온 눈으로 은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간 이메일로 소통한 관계로 약간은 불안하였으나 오전 10시쯤 수지코바 박사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의 방문목적이 학술대회 개최임은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사전에 섭외된 카자흐스탄 공과대학 관계자는 상당한 호의를 표명하였다. 곧 바로 수지코바 박사 안내로 카자흐스탄 국립대학 부총장을 만났다. 그는 러시아계로 호남형 이었다. 몇 가지 질문 끝에 학술대회 개최를 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가서 그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과는 사업을 논하지 말라"는 러시아 속담을 얘기하면서 붉은 고추가 들어 있는 불가리 보드카 술을 맥주잔에 부어서 건배를 청했다. 입에 대고 내려놓으니 그러면 학술대회 개최가 불투명해진다며 자신이 먼저 훌쩍 마신 뒤 따라하라고 한다. 첫잔을 비우자 이내 잔이 채워졌다. 　네 명이 네 병을 비우고서야 끝이 났다. 취기가 몸 가득하다. 밖을 나오니 흰 눈에 반사된 햇빛으로 눈이 부시다. 호텔로 걸어서 왔다. 한편 아침에 호텔 바로 앞 오페라 극장에서 카르멘 표를 구입해 두었다. 그런데 어쩐다. 잠시 잠을 잤지만 눈을 떴으나 취기는 여전하다. 그래도 7시에 극장에 입장했다. 　총 4막 가운데 1막이 시작되자 음악은 익숙하지만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얼마 뒤 일어나 보니 중간휴식 시간이란다. 후반은 잘 보려 애썼지만 모두 꿈속에서 보고 말았다. 극장을 나가려할 즈음 기분이 아주 상쾌해졌다. 그래서 카르멘은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기억에 남아있다. 　오후엔 동행한 울산대 옥교수의 소개로 알마티 원불교 교당을 방문하였다. 그곳엔 고려인과 한인들이 여럿 모여 있었는데 우연히 동국대 출신 김선학 사장님을 만났다. 현지 법인의 대표이면서 중앙아시아 각국의 식약청 설치 사업을 하는데 한국을 모델로 각종 실험 장비 설치 및 운용 사업을 하며, 사업당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들과 함께 천산 중턱 4천 미터 짐 볼락에 갔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곳은 빙상장과 스키장이 있는 곳으로 동계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곳이란다. 내려오면서 산사태 방지 시설을 지적하며 여름에 강수량은 적지만 가을부터 봄까지 오는 눈이 쌓여있다 여름에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서 눈이 녹으면 홍수와 산사태가 난다고 하니 홍수에 대한 상식이 다름을 알았다. 　천산은 최고 7천 미터까지 있으며 만년설이 있는데 다음날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수지코바 박사는 2010년 해외인력유치사업 차 방문 때 알마티에서 재회했지만 최근엔 소식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