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 주에 경주의 거리는 앵화(櫻花)가 만개하여 꽃 천지를 이루었다. 수많은 상춘객이 2000년 고도의 거리를 매웠다. 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 찾아준 귀한 손님들이 연출하는 춘삼월 퍼포먼스가 참으로 고마웠다. 특히 충효동 입구 흥무공원 가는 도로 양변에는 더욱 번잡하였다. 한 달 전에 대로변에 차일(遮日)이 줄지어 설치되고 확성기의 노래 가락은 봄의 흥취를 더해 주었다. 비록 통행에 불편을 느낄지라도 상인들의 목적사업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활짝 피었던 꽃들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처럼 잠깐 피었다가 화설(花雪)이 되어 떨어지고 말았다. 너무나 짧은 단순 풍광에 아쉬움이 많았다. 벚꽃을 다시 보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니 그 기다림의 세월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꽃이 지고 난 가지에 움이 트더니 온화한 춘광에 연두색 새 잎이 고운 빛으로 자라 아름다운 풍경이 되고 있어서 어느덧 신록의 계절이 되었으니 자연은 멋진 풍경화를 그려주고 있어서 감탄스럽기도 하지만 고맙기 그지없다. 　그래서 소객(騷客)들은 그 찬란한 풍경을 의미 깊은 글에 담아내고, 화가들은 물감을 고르게 발라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린다. 　풍경(風景)은 객관적 실제이고 풍경화는 자연의 보여주는 실제를 그린 주관적 작품이다. 계절 따라 바뀌는 풍광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은 풍경화를 그리는 작가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모두가 고상하게 의미 깊은 불후의 명작을 염원하며 그릴 것이다. 눈앞에 전개되는 삼라만상의 본체를 인간의 마음으로 어찌 훼손할 수야 있을까 만은 찰나(刹那)에 운필(運筆)이 잘못되어 심중에 새겨진 심상이 보기 싫은 표상(表象)으로 나타나면 그 작품은 저가의 폐품이 되기 쉽다. 　작품전시회에 가서 작가가 그린 수많은 역작에 담긴 그림을 보는 것은 비록 자기는 그렇게 그리지는 못할 지라도 그 아름답고 고상한 풍광을 화폭을 통해 감상할 수 있어서 대리욕구 충족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 세상 풍경이 참으로 묘한 경물이다. 발화살인 사건, 별장 성접대, 위탁모 아동학대, 한국 주요 학회의 과잉규제로 경제추락 정부성토, 초유의 `법안 전자발의`에 대한 결사저지, 평화의 길 방문, 빈손으로 끝난 북-러 회담 등 여러 가지 걱정스럽고 이상적인 풍경들이 지상(紙上)에서 발견되고 있다. 　모두가 녹엽이 춘광에 빛나고 있는 호반 길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경물과 같이 좋은 풍경화를 그길 것으로 기대하지만,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신록의 향훈과 싱그러움이 성급히 기다려짐은 어인 일일까. 　어느 드라마에 `인생의 풍경화`라는 대사가 의미 깊게 들렸는데, 세상풍경은 스스로 그러함이지만 사람이 만드는 인조풍경은 작가 자신 만이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만감을 느끼게 하는 자극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정성을 다해 그려야 할 것이다. 매사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입력이다. 입력이 참일 때 출력이 참이 될 수 있기에 정성은 하늘의 도라 하였고, 정성을 다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라 하였던 것 같다(誠者天之道 誠之者人之道). 　풍경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긍정적 정서를 갖게 해주는 그림이라는 것을 세태는 가르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