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선거법 안이 오늘 예정대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 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장실 충돌로 입법부가 휘청하고 있다. 　입법부 수장 문희상 국회의장실은 24일 고함과 설전으로 수라장이 됐다. 사태의 발단은 한국당을 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합의한 선거법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설치와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불거졌다. 　몸싸움 과정에 문 의장과 한국당의원간에 성추행논란이 불거진 뒤 모두병원으로 향했다. 성추행논란에 문 의장 측은 `자해 공갈`이라고 했고 한국당은 문의 장 병원 행을 `헐리우드 액션`이라며 맞받았다. 국회가 의원 간 갈등으로 꼴불견이다. 　국회의장과 충돌은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계특위)에서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을수 있는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교체(사보임)를 허가하지 말라고 요구하기 위해서 문 의장을 찾아갔다가 일어났다.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했고, 의총 추인까지 모두 받았지만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면 사개특위 의원 18명의 5분의3 이상인 최소11명의 동의가 필요해 한국당 7명을 제외한 확실한 찬성표는 더불어민주당 위원8명, 민주평화당 위원 1명 등 9명이고 바른미래당 2명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여야 4당이 마련한 새 선거제안은 현행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을 28개 줄여 이를 비례대표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정당 득표율을 기초로 해서 비례대표를 늘림으로써 유권자 표심을 최대한 반영해보자는 취지에 있다. 　소수정당들은 의석을 늘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줄곧 도입을 주장해왔던 선거제이다. 하지만 말이 패스트트랙이지, 실제 입법까진 길면 330일, 빨라야 8달은 걸리는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 4월15일 총선에 새 선거법을 적용하기 위해선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문제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새 선거법안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도 반대하고 있어 앞날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의회민주주의 붕괴`니 `좌파정권을 연장하려는 반란`이니 하면서 극렬투쟁에 나셨다. 　추경 등을 처리해야할 4월 국회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국회일정을 모두 보이콧할 태세이다. 그렇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한국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고 지역구 의원만 270명 뽑자는 식의 한국당 안은 선거제 개혁을 아예 안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많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여야의 완전 합의에 의한 선거법 개정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다른 당들도 제1야당을 빼고 선거법을 바꾸는 건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패스트트랙 상정은 한국당엔 지금이라도 협상에 나서라는 압박이 될 것이다. 　패스트트랙 틀에서 하든 별도로 정개특위 안에서 하든 한국당도 동참하는 선거법 개정 협상을 위해 여야는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마침 여야 4당도 이번 합의는 새로운 협상의 시작이라며 한국당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당은 반대를 위해 거리로 뛰쳐나갈 것이 아니라 선거의 룰을 정하는 협상자리로 나와 앉아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이다. 여야가릴 것 없이 정치인은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