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숟가락 흙 속에미생물이 1억 5천만 마리래!왜 아니겠는가, 흙 한 술,삼천대천세계가 거기인 것을!알겠네 내가 더러 개미도 밟으며 흙길을 갈 때발바닥에 기막히게 오는 그 탄력이 실은수십억 마리 미생물이 밀어 올리는바로 그 힘이었다는 걸! -정현종 `한 숟가락 흙 속에` 　바야흐로 경주는 짧은 봄을 지나 초 여름 날씨다. 　시인의 눈은 언제 어디서나 호기심 어린 아이처럼 반짝인다. 그리고 시인의 발은 언제 어디서나 나그네가 되어 낯선 것을 보고, 새 것을 발견 한다. 그래야 살아있는 시인이고 `살아 있는 시`를 쓴다. 시인은 감각적 쾌락을 위하여 온 몸을 열어 놓고 있다. 　시인은 봄의 흙길을 걷고 있다. 봄빛에 몸이 뜨거워지고, 흙길을 걷다가 더러 죄 없는 개미나 풀꽃들, 생명을 밟기도 한다. 흙길에서 생명을 밟는 그 순간, 발바닥에 기막히게 전해져오는, 그 미세한 생명의 탄력을 기억하는가? (놀라운 시인의 섬세한 감각이여) 그 탄력의 기미는 섬세하고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으면 그 신비한 힘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바로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들이 밀어 올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힘`이다. 삶의 아름다움이다. 　`한 숟가락의 흙속에/미생물이 1억 5천만 마리`나! 살고 있다는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 그것들이 살아있다고 밀어 올리는 힘! 이것은 `놀라운 시의 발견`이 아닌가. 1억5천만 마리의 엄청난 숫자의 미생물이 사는 `흙 한 숟가락`, 즉 조그마한 `흙 한 숟가락`이야 말로 단순한 `흙 한 줌`이 아니고, 그 흙 한 줌 속에 온 우주가, 즉 `삼천대천세계`라는 어마어마한 세계가 숨 쉬고 있다는 진실을 이 시는 말하고 있다. 　시인에게 있어 삼라만상은 감각적 쾌락의 계기가 된다. 시인은 삼라만상들에게 언제나 몸을 열고 바라본다. 자연을 사랑하는 시인의 귀가, 고성능의 시인의 상상력이, 아름다운 한편의 시를 탄생시키고 있다. 또한 `왜 아니겠는가` 또는 `알겠네`, `바로 그 힘이었다는 걸!` 같은 긍정적인 표현 등으로 시의 리듬과 긴장을 살리며 한층 독자들에게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 나는 왜 야산의 흙길을 밟으면서도 한줌의 흙이 밀어 올리는 기막힌 그 탄력을, 왜 일찍 느끼지 못했을까?) 시읽는 하루,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