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서 유아기, 소년기를 거치며 계속 성장을 지속하다가 대략 20세 전후에 이르러 성장을 멈추고, 잠시 육체적 전성기를 누리다가 30세 전후부터 눈에 띄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퇴행하는 생명체로 보인다. 하기는 인간이라는 생명체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다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심지어 생명이 없는 무생물조차도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가 바로 `만유무상(萬有無常)`이라는 네 글자로 표현된다. 　현대 이론물리학은, 거대한 이 우주조차도 빅뱅이라는 탄생의 순간 이후 성장을 거듭하여 현재에 이른 것이며 이후 노화가 진행되다가 어느 때인가는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우리가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육안 관찰이 전혀 불가능한 미시(微示)의 세계인 양자(陽子)조차도 결국 붕괴하여 사라진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경제성장도 건국 초기의 유아기, 소년기, 청년기를 거치며, 한 동안 고속 성장을 지속하다가, 어느 단계가 되면 성장이 둔화되거나 멈추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더러는 영원한 성장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들과의 격차가 있고, 아직은 더 성장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기는 이미 지나간 그때 그 시절의 얘기일 뿐, 이제부터는 완만한 성장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몸도 성장기에 신체 각 부위가 골고루 균형 잡힌 성장을 해야 하는데, 특정 기관이나 특정 부위만 성장하여 비대해지면 기형(畸形)이 되지 않는가? 특히 심장이나 간장, 신장, 비장 등 특정한 주요 기관이 과도하게 비대해지는 증후군이 나타나면, 단순한 기형이 문제가 아니라 생명마저 유지할 수 없는 치명적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친 조숙(早熟)이 조로(早老)를 불러오듯이, 너무 급속한 경제성장 역시 급속한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어렵고 복잡한 경제학 이론을 동원할 것 없이 상식의 선에서 유추 가능한 일이 아닐까? 　우리는 한 때 초고속 경제성장을 매우 자랑했으며, 내실없는 성장에 취해 무분별한 소비문화까지 확산,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나라의 국민들보다 더 큰 자동차 그리고 더 넓은 면적의 아파트를 선호하지는 않았는가? 그리고 어떤 면에서, 고속 성장 사회에 공히 발생되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고도 성장기 극심한 부(富)의 편중현상을 우리는 피하지 못했다. 즉, 신체의 특정 부위에만 지방이 쌓이고, 혈액순환이 원활해 지지 않으면서 신체가 매우 기형적인 성장을 하였고, 그 결과 아직 완전한 성체(成體)가 되기도 전에 발육이 멈추는 증후군을 겪게 된 것은 아닌가 그 말이다. 이것은 순전히 내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나는 지금 우리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수치상의 경제성장 지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특정 부위에만 심하게 쌓인 지방을 분해하여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각각의 세포들에게 골고루 에너지가 공급되게 하는 분배정책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경제가 충분히 건강을 회복하면, 다시금 완만한 성장을 재개하여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생각되지만, 문제는 반드시 GNP가 그 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와 일치하지 는 않는다는 점도 살펴볼만한 부분이 아닐까? 　절대빈곤 문제 해결은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지만, 상대적 빈곤 역시 가능한 최소화 된 사회가 분명히 건강한 사회이다. 끝없는 성장이란 있을 수도 없지만, 빈부격차만 더욱 벌리는 성장은 상대적 빈곤층을 계속 증가시켜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사회 불안 요소를 가중시킨다. 누가 아무리 공정사회, 평등사회를 외쳐도 사람 사는 사회가 완전히 평등해 지지는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하지만, 정치는 이상(理想)을 지향해야 하고, 사회 구성원들은 이상을 지향하는 정치를 방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현실적인 친구를 좋아할 수는 있어도, 현실에 안주하는 정치인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