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 2006년 4월 27일 나는 금강산에 있었다. 두 번째 방문이다. 그 스무날 앞인 4월 8일에서 9일까지 방문했지만 헛걸음을 했다. 우린 사업자여서 관광은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그 즈음 북한 교육성 조선 교육정보센터 리수락 소장과 컴퓨터전문용어 ISO2382 남북용어 통일 사업에 관계하고 있었다. 그 해 4월 7일에서 8일까지 금강산에서 만나자는 리수락 소장의 팩스를 4월4일 받고 15일 걸린다는 방문증을 3일 만에 초특급으로 발급 받아서 하루 연기하자는 팩스를 보낸 뒤 답장을 못 받은 채 방문한 것이다. 현대 관계자가 금강산 총국을 통하여 평양까지 연락해보았지만 허사였다. 오전에 호텔에서 기다리는데 정전이 잦았다. 커피숍 탁자위에 놓여 있는 양초의 의문이 풀렸다. 점심 때 장전항에 가서 회를 먹고 해변을 걷기도 하고 초기 숙박 장소로 이용했던 배로 만든 해금강호텔에 올라 보기도 하고 온정각 관광시설 일대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일요일인 9일 오전10시에 현대 아산 간부들이 우리 조계종단에서 복원한 신계사에 예불을 간다고 해서 함께 가서 남북 사업이 잘 되길 빌며 예불을 올리고 시주도 했다. 당시 도감이신 제정스님을 만나서 복원사업에 대하여 말씀을 듣고 경주 흥륜사 비구니스님께서 타 주신 커피를 반가움과 함께 맛있게 마신 기억이 난다. 사월 초 첫 방문 때 꽃망울이던 벚꽃은 사월 말엔 한창 떨어지고 있었다. 조선 언어연구소 김병수 연구사와 민화 협 관계자 김 선생 그리고 금강산 주재원 박 선생을 금강산관광호텔에서 만났다. 리수락 소장은 오지 못했다. 그러나 김병수 연구사는 몇 년 전 중국 연변 주 연길시에서 개최된 남북회의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때 제출한 그의 논문도 읽은 기억이 난다. 호텔에서 회의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한 다음 우리 일행은 두 번째 방문이지만 금강산 구경을 못했다고 하니 구룡폭포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함께 나섰다. 신계사 입구에서 군인들이 검문을 했다. 박 선생의 말 한마디로 통과될 수 있었다. 일반 관광객은 오전에 모두 관광이 끝난 관계로 오후엔 우리 외엔 아무도 없었다. 높고 수려한 산마루가 굽이굽이 겹치며 펼쳐져 있고 원시의 맑은 바람이 스쳐지나가며 계곡엔 유리알 같은 물이 쏴하며 흐른다. 김 연구사는 나와 나이가 같았다. 동행한 정교수와 조교수 두 분은 다리가 아프다며 중간쯤에서 포기하고 나와 김연구사 그리고 박 선생은 마침내 구룡폭포 맞은 편 관폭정에 도착했다. 비장한 물줄기가 마치 날아오르는 용처럼 신비경을 연출하며 쏟아져 내렸다. 평양에서 온 김연구사도 금강산 구경이 처음이라 한다. 박 선생이 폭포 아래까지 가보라고 해서 관폭정에서 골짜기로 내려가서 김연구사와 둘이서 폭포가 떨어지는 데로 올라갔다. 구두를 신어서 몇 번 미끄러졌지만 올라보니 큰 물줄기는 직경 십 미터 쯤의 웅덩이 속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물보라가 얼굴을 덮쳤다. 한 참을 구경한 다음 관폭정으로 되돌아 왔다. 박 선생은 자신이 그 웅덩이 속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데 재일교포들이 와서 돈을 걸고 내기를 해서 그랬다고 했다. 박 선생은 회갑을 막 지났다고 했다. 저녁식사는 호텔 옆 식당으로 갔다. 돼지고기와 평양맥주가 나왔다. 들은 바 있어 용성맥주를 마시고 싶다고 했더니 없다고 하다가 박 선생의 능력을 시험해 본다면서 농담을 하니 그가 나가더니 두 손에 가득 용성맥주를 들고 왔다. 얘기를 하다 보니 남파간첩 얘기도 나왔다. 박 선생이 남파공작원 출신이라면서 당시 남쪽 식당에서 `음식을 남기면 벌금을 문다`는 글귀를 보고 참 신기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너무 얘기가 넘쳐나자 민화 협 책임자는 분위기를 바꾸어 버렸다. 그래서 얘기를 정리하고 김연구사와 ISO2382 후속사업을 리수락 소장과 계속하기로 하고 마무리했다. 그 해 11월에 금강산에 초청을 받아서 세 번째 방문을 하고 2007년에 평양 방문을 했다. 지난 2월 연길에서 보자고 했지만 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