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강원 고성 등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산림화재 지휘체계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산림청은 산림 관리에 치중하고 산불 진압은 소방으로 일원화하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이같은 논쟁은 정문호 소방청장이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불 발생 때 산림청이 주무부처가 되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의원 질문에 "한국의 산불 진화 과정에서는 산림 보호보다 주택이나 민가, 인명 보호에 더 치중해야 합니다. 육상재난 총괄기관인 소방에서 (산불 진화 업무를) 하는 것도 심도 있게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답하면서 촉발되고 있다. 소방청과 산림청 간의 해묵은 논쟁이 재점화 하는 순간이었다. 현행법상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 진화는 산림청이, 주변 가옥과 시설물 보호는 소방청이 맡는다. 두 기관이 역할을 분담하긴 하지만 전체 대응 지휘권은 산림청에 있다. 문제는 이번 강원도 산불과 같은 대형 산불일 경우다. 고성 산불 당시 단일화재로는 최대 규모인 전국 소방차 872대가 투입됐다. 전국 소방차의 30% 정도가 출동했다. 이 때문에 산불에 대한 지휘체계를 소방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기류에 지금까지 산불에 별 탈 없이 잘 대처해 온 산림청은 심기가 불편하다. 고성 산불 당시 소방청의 역할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산불관리를 잘 해온 산림청이 밥그릇을 빼앗길 만큼 무능한 것으로 대우받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산림청 한 해 예산의 40%가량이 화재 관련 대응에 쓰이고 있고 이 기능이 소방청으로 넘어가면 산림청은 조직과 인력의 절반 가까이를 줄여야 해 조직의 존립 근거를 위협받는다. 양 기관의 논란과 정치권의 가세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단순하고 즉흥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더구나 산불진화를 쉽게 소방청이 해결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산불은 진화도 중요하지만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 노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하나를 알아야 한다. 산림 관리와 화재 예방, 감시, 진화, 복구 등 일련의 과정이 모두 연계돼 있어 산불 진압만 따로 떼어내 생각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산불 대응은 산림 축적 정도와 지형, 산악기상 등을 고려해야 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산불은 건물에 난 불을 끄는 것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소방청은 남의 밥그릇까지 기웃거리기 보다는 육상에서 일어나는 화재에 대한 예방활동과 진화 방법의 개선, 장비확충방안 등을 보다 심도 있게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