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에서는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MOU체결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성윤모 산업자원부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 부산, 울산시장 그리고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낙영 경주시장 등이 모였다. 　이미 알려진대로 부산·울산지역에는 경수로 원전해체연구소를 경주시에는 중수로 해체기술원을 설립하기로 이날 MOU체결식을 통해 확정됐다. 　체결식에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주낙영 경주시장의 모습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설마설마했던 원해연 쪼개기 설립이 기정 사실화 됐고 중수로 기술원 예산은 700억원으로 부산·울산의 경수로 연구소의 2천400억원에 비해 3분의1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다 보니 원해연 유치에 수년간 공들여왔던 경북도와 경주시는 실망감이 크지만 정부의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이날 체결식에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원해연 전체가 아닌 중수로 기술원만 온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경북과 관련한 원전현안사업에 산자부가 나서서 해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경북에는 가동중인 원전의 절반인 12기가 있고 경주에는 원전 6기와 한수원본사, 방폐물처리장이 있어 객관적 입지조건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생각했기에 기술원만 유치되자 PK를 배려한 정치적결정이란 말이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원해연 입지 결정이 되고 난 뒤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해 경주의 월성 1호기 해체를 조기에 발주한다고 발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7일 원전해체를 원전산업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해 2035년까지 글로벌원전해체시장 점유율 10%달성과 원전해체 톱5국가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내최초 중수로원전인 월성1호기를 오는 2022년 해체에 들어가는 것도 정부의 이런 원전해체산업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원전해체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원전건설 붐이 다시 일고 있는 마당에 세계최고수준의 원전 건설 기술을 가진 한국이 탈원전 정책에 따라 신규원전 기술을 백지화하고 아직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을 조기폐쇄하며 해체에 들어가는 것이 과연 옳은지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일부 원전 전문가들도 원전건설 시장이 해체시장보다 훨씬 크고 수익성면에서도 따질수 없을 정도로 유리한데도 신규원전 건설을 포기하고 해체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전1기해체에 7천500억원 가량이 들고 그중 40%가 폐기물 처리비용임을 감안하면 10년이상 소요되는 원전해체를 해봐야 남는 것이 원전건설에 비할바가 못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조기해체에 들어가는 월성1호기를 두고도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월성1호기는 지난2015년 2월 원안위에 의해 10년간 수명이 연장됐다. 　2012년 30년간 설계수명이 끝나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후 안전검사와 노후 부품교체를 통해 2022년까지 재가동 승인이 난 원전이다. 　7천억원을 들여 부품을 교체했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새 원전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지만 지난해 6월 조기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탈원전 정책이 아니었더라면 2022년까지 가동될 원전이 조기폐쇄되고 이제 해체될 운명이다. 　원전해체산업은 원전건설 산업의 대안이 되어선 안된다. 세계5위 원전수출국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해체산업을 육성해도 늦지 않다. 그러기 위해선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수십년간 키워온 수많은 국내원전기업과 원전인력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원전해체보다 아직은 건설이 더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