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발명하는 동물이다. 인간이 참 많은 것을 발명했는데, 대부분의 발명품은 우리 생활에 유용한 것들이지만, 인간이 발명한 도구 중에 가장 부정적인 발명품은 무엇일까? 내가 서슴없이 말 하지만, 인간이 만든 것 중에 시계(Clock)야말로 가장 악질적인 발명품이 아닌가 한다. 　지금으로부터 수 십 년 전, 지구 남반구 태평양에 위치한 뉴기니아 섬의 오지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엔 시계가 없었다. 시계만 없는 것이 아니라 카렌다가 아예 없었기 때문에, 어떤 원주민을 보고 나이를 물었더니 자기 나이를 모른다. 그들은 해가 뜨고 주위가 밝아지면 낮이고, 어두워지면 밤일뿐이다. 그리고 카렌다가 없으니 해가 바뀌는 것을 알 턱이 없고, 해가 바뀌는 것을 모르는데, 자신의 나이를 알 리가 있겠는가? 거기는 우리나라처럼 계절도 뚜렸하지 않고 년 중 항상 우리의 여름과 비슷한 열대기후이고 보니, 굳이 1년이라는 시간 개념도 그리 중요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지금이야 그곳도 많이 달라졌을 태지만, 내가 방문한 그 때 그 곳은 경작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배가 고프면 수렵이나 채취로 배를 채우면 그만이고, 배가 부르면 밤낮을 가릴 것 없이 잠이 오면 자면 되는 것인데 시계 같은 것이 굳이 필요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당시에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땠을까?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위정자는 취약한 정권의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 가난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경제개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한 새마을 운동을 전개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새마을가로 시작하는 하루는 도시와 농촌을 가릴 것 없이 전 국민이 산업전선에 동원되는 전투현장에 다름없었다. 군인들이 사복을 입고 전장에 나아가지 않듯이, 전 국민에게 재건복이라는 제복을 강제했을 뿐만 아니라 두발 모양 역시 정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장발단속이 시행되었고, 기상시간과 취침시간 까지도 통재하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자정이 되면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엄격히 통행금지도 실시되었다. 현재 40대 이하는 통금이란 것을 경험하지 못했겠지만, 60대 이상은 야간에 통금 단속에 걸려 유치장 신세를 진 기억을 가진 사람들도 더러 있을 법 하다. 　나는 20대 중반에 국가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다람쥐 쳇바퀴 굴리는 듯한 단조로운 일상뿐만 아니라 철저한 상명하복의 문화에 적응이 어려웠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출근과 퇴근이라는 엄격한 시간의 굴레가 싫어 공직을 버리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후에도 직장 생활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디를 가나 만연해 있던 군대식 조직문화와 시간 구속에 잘 적응할 수 없었고, 나는 어느 때 부터인가 그 `시계`라는 도구를 혐오하게 된 것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이 정확하게 언제였는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대략 수 백 만년 이전으로 보이는데 비해, 인간이 시계라는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집단생활에 있을 것이며, 수렵 채취를 버리고 경작을 시작하며, 파종시기 등을 알기 위해 달력도 필요했다. 특히 지배자들의 입장에서는 천체 운행과 자연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 그 가운데 반복되는 어떤 패튼을 발견함으로써, 미래에 일어날 자연현상의 일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지게 된다. 　그러니까 지배자들은 그러한 지식들을 비밀리에 축적하고 관리하면서 권위를 세워 피지배자들을 겁주고 사기 치는데 활용하게 되는데, 만일 인쇄술이 발달되지 않았더라면, 우리 인류 사회는 아직도 1퍼센터의 로열패밀리를 위한 99퍼센터의 노예들로 구성된 군집 생명체, 즉 개미나 벌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나는 시간으로 부터 해방된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자유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늘 시계를 보지 않아도 되는 삶을 동경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