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mouse)는 생쥐를 의미하는 단어인데, 지금은 컴퓨터에서 키보드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입력장치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마우스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 모양이 웅크리고 있는 생쥐모양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듯이, 파티션(partition)이라는 단어 역시 칸막이를 뜻하는 단어 이지만, 그 어원을 따질 것 없이 컴퓨터에서는 거대한 정보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를 초기화 할 때 사용되는 용어로 굳어졌다. 만일 컴퓨터에 하드디스크가 없었다면, 컴퓨터는 단순한 연산 결과나 보여주는 전자계산기 정도에 불과한 도구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거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하고 읽어 들일 수 있는 하드디스크 덕분에 오늘 날과 같은 가공할 위력을 지닌 문명의 이기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컴퓨터의 필수 부품인 하드디스에는 데이타만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똑똑하게 만들어 주는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포함하여 윈도우 같은 운영체제(OS)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는데, 하드디스크의 정보 저장방식은 롬(Rom)메모리와 같이 어떤 정보가 어떤 부분에 각인되는 것이 아니며, 수시로 읽기와 쓰기를 반복할 수 있는 렘(Ram)기록 형태이기 때문에, 운영프로그램이 처음 설치된 새 컴퓨터는 빠르게 잘 작동하지만, 다양한 응용프로그램들이 운영프로그램에 엉켜들고, 또 바이러스 같은 악성프로그램까지 끼어들면,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오작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사람의 몸이 늙을수록 여러 가지 인체 기능이 퇴화하고, 또 잡다한 병에 노출되어 결국은 사망하게 되듯이, 컴퓨터 역시 다종다양한 악성프로그램에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운영체계 내에 불필요한 코드들이 쌓이면서 속도가 다운되고 또 물리적 기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컴퓨팅이 능숙한 유저들은, 때로는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도 실시하고, 또 소프트웨어인 운영체계도 늘 정비를 하면서 사용하지만, 결국은 사용하던 OS를 리뉴얼하거나 아니면 통째로 컴퓨터를 버려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OS를 리뉴얼하려면, 먼저 그 운영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는 하드디스크를 초기화해야 하는데, 그것을 우리는 `로우포멧(low-format)`이라 하고, 로우포멧을 하고 나면, 파티션 설정을 제대로 해야 하드디스크에 무슨 프로그램이든 설치가 가능해 진다. 나는 멈춰선 낡은 컴퓨터 앞에 앉아, 이 컴퓨터를 버릴 것인지? 아니면,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와 함께 운영체계를 아예 초기화 할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지금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여기 대입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초기에 파티션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OS 작동이 늘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데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악성코드가 크게 창궐하여, 이제 과연 시스템 수리가 가능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까지 든다. 아무리 유능한 엔지니어도 시스템을 정상화시킬 수 없는 상태, 그러니까 윈도우를 엎어버리고 다시 재설치 하는 것 이외 달리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은 있게 마련이 아닌가? 물론 나는 원도우가 설치된 하드디스크를 로우포멧 했을 경우 어떤 번거로운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백신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거나, OS와 호환되지 않는 무수한 프로그램들로 인해 속도가 느려진 컴퓨터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리포멧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망설임을 멈추고,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쓸만한 데이터를 모두 백업하여 피신시킨 후 드디어 로우포멧 명령어를 삽입한 후 `엔터`키를 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