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건은 현장에 답이 있다. 사건현장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수사가 이뤄져야지만 또다른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안재경 대구 수성경찰서 형사과장은 "몇 년 전부터 수사 패러다임이 과학수사로 바꼈다. 하지만 사건현장을 외면하는 수사로는 범인이 쉽게 검거되지 않을 뿐더러 잘못하면 영원히 해결하지 못하는 미제사건으로 남을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경북 구미 선산 출신인 안 과장은 1989년 경찰로 입직해 30여년 가까이를 오직 사건현장에서 범인 검거에 주력한 `현장맨`으로 통한다. 전국에서 경찰청 기능범죄수사대, 광역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대를 모두 거친 거의 유일한 과장이기도 한 그는 이 때문에 `안딩크`라는 별칭까지 가지고 있다. 히딩크처럼 약체팀을 강팀으로 만드는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직원들이 직접 붙여준 별명이다. 남들은 되도록 기피한다는 `수사 분야`를 그는 오히려 사랑하다 못해 다시 태어나도 `수사`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만큼 몸으로 체득한 `현장 수사`의 매력에 빠져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안 과장의 이러한 행보는 어린 시절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유년 시절 또래 친구들보다 유독 체격이 좋았던 그는 여학생이나 힘없는 친구들을 괴롭히는 무리를 절대 보고만 있지 않았다. 앞장 서서 이들을 보호하려고 노력했고 이를 통해 `해결사`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다. 안 과장의 이러한 모습은 과거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어려운 이들을 보고만 있지 못하는 안 과장의 `정의감`은 계속돼 언제나 주위에는 그를 따르는 시민, 직원들이 넘쳐난다. 더욱이 그는 직원과의 친밀도도 높다. 매주 형사 팀원들과 축구나 족구 등의 운동을 하며 소통을 높여가고 있다. 안 과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잘못된 것을 보고만 있지는 못하는 성격"이었다며 "친구들이 당하는 고통을 해결하려고 노력했고 이 때문에 주위에 친구들이 많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모든 수사에 있어 `사건 현장`에서 직원들과 고생하며 범인을 검거했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는 안 과장. 그의 이 같은 `사건 현장`의 중요성은 최근 해결한 사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건 내용에 따르면 최근 누군가가 쏜 쇠구슬로 인해 건물의 창문이 깨졌다는 이른바 `새총사건`이 형사과에 접수됐다. 또한 이틀 뒤에도 같은 민원이 접수되면서 안 과장은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직감했다. 해당 사건은 대구경찰청에 보고됐고, 수성서 형사팀 20여명으로 대책반이 꾸려져 안 과장이 직접 사건을 지휘했다. 사건 현장을 둘러본 형사들은 쇠구슬을 쏜 위치가 수성구 한 주민센터의 옥상인 것으로 파악했다. 안 과장은 곧바로 형사들과 함께 주민센터 옥상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쇠구슬 등을 발견했다. 현장에서 머물며 단서를 찾던 안 과장과 형사들은 이날 오후 4시쯤 수색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20대 남성이 옥상으로 올라와 수고한다며 경찰에게 음료수를 돌렸다. 이때 안 과장의 머릿속에는 지난 한 건의 사건이 스쳐갔다. 당시 차량 뺑소니 사망사고를 수사 중이었는데 경찰에 호의를 베풀었던 이웃 주민이 바로 범인이었던 사건이었다. 안 과장은 공익근무요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20대 남성을 불러 이것저것 캐물었다. 남성의 흔들리는 눈빛과 미세한 손 떨림을 본 안 과장은 그가 범인임을 확신했다. 결국 남성은 안 과장의 집요한 질문에 범행 사실을 실토했다. 수십년간 `사건 현장`에서 몸담은 경험을 통해 미제로 남을 뻔 했던 사건을 해결하게 한 것이다. 한편 그는 `사건 현장`을 통해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형사만이라도 똘똘 뭉쳐서 정을 나누며 가족처럼 일하는 분위기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안 과장은 "직원들과 격식을 갖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못하다. 허울 없이 어깨를 마주하며 사건과 맞서야지만 보다 빨리 범인은 검거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직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며 가족처럼 웃으며 지낼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