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0대가 되어 20대에 내가 얼마나 유치했던 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40대가 되어 30대에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를 깨닫게 되었다고 그리고 50대가 되어 40대의 실수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제 70대가 되어 50대의 신념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다. 내가 명이 길어 100수를 한다면 그때에 지금을 돌아보며 무슨 생각을 하게 될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기에 나는 젊은이들이 조심스럽다. 그들은 지금 그들의 세대를 살고 있을 것인데, 행여나 지금 내 판단을 권유했다가 십년 후에 나의 실수를 발견한다면 그 또한 큰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인생은 그들의 판단과 선택일 뿐이며, 그것이 인과응보의 법칙에도 부합한다. 내가 타인의 간섭을 지독히 싫어했듯이 타인의 인생을 내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기는 한데, 그러나. 　내가 군생활을 할 때의 경험을 여기 적어본다. 침투작전 특수훈련을 받을 때의 얘기인데, 밖을 내다볼 수 없도록 완전히 가려진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산 속을 달려가다가, 특정한 장소에 분대원들이 야간에 하차되었다. 그리고는 집결지점이 표시된 지도 한 장이 손에 들려진 채, 목적지에 얼마나 빨리 도착할 수 있는가? 그것이 미션이었던 것이다. 물론 분대원 모두는 지도 보는 법을 미리 교육받은 터이지만, 이 경우 독도법(讀圖法)을 잘 익힌 똑똑한 병사보다는 이미 그 길을 가 본 고참병을 향도(嚮導)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가 군소리 없이 그의 뒤를 따르게 된다. 그것은 훈련일 뿐이지만 만일 실전이라면 생사에 관계되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전투현장에서는 그 어떤 이론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실전경험이라 하지 않는가? 　나이는 계급과 무관하지만, 인생경험은 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동서고금에 걸쳐 경노사상이 존재하는 것인데, 작금의 노인 세대들, 특히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젊은이들로 부터 경로는 고사하고, 경멸의 대상인 `꼰데`라는 호칭으로 불리워지기가 일쑤이다. 그것은 왜일까? 　다른 나라, 특히 서양 사회는 우리나라의 근대사처럼 급격한 사회환경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신·구 세대 간의 문화적 충돌이 그다지 극심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좀 다르다. 처참한 전쟁과 세계 최 빈국을 경험한 노인세대와 OECD 회원국을 살고 있는 현재의 젊은 세대들 간에는 극과 극이라 할 만큼 엄청난 사회 문화적 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다, 교육 수준도 상당히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노인 세대들의 희생 위에 그나마의 오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젊은이들이 많으면 좋을 것 같고, 나이 좀 드신 분들은 이제 그만 젊은이들에 대한 잔소리를 거두어들이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부모세대들의 역할이란 이정표를 들고 서 있는 것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고, 선택은 젊은이들의 것이며 그 선택에 따른 책임도 그들의 것이다. 그런데 노인들의 완고함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갈 길이 먼 젊은 사람들의 완고함이 더 염려스러워지는 것을 보면, 나 역시 꼰데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또 자각하게 된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신·구 세대간의 갈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인류 문명이 진보한 이유는 바로 세대를 뛰어넘는 경험과 지식의 누적에 있을 것이다. "가르치려는 욕심을 버리세요!" 어느 젊은이가 늙은이를 향해 한 소리다. 그런데 나를 가르치려는 욕심을 가진 젊은이가 있다면, 나는 그를 기꺼이 나의 스승으로 삼고자 한다. 배우고 가르침은 권위도 시혜도 아니며, 다만 지식과 경험의 공유일 뿐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