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요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내가 하는 말을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나 혼자 듣습니다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 합니다잘 지내는 걸까 궁금한 사람 하나 없이내일의 날씨를 염려한 적도 없이오후 내내 쌓아둔 모래성이파도에 서서히 붕괴되는 걸 바라보았고허리가 굽은 노인이 아코디언을 켜는 걸 한참 들었어요죽음을 기다리며 풀밭에 앉아 있는 나비에게빠삐용, 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남자애를 보았어요(생략)꿈속에선 자꾸어린 내가 죄를 짓는답니다잠에서 깨어난 아침마다검은 연민이 몸을 뒤척여 죄를 통과 합니다바람이 통과하는 빨래들처럼슬픔이 말라 갑니다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안부가 슬픔을 깨울테니까요슬픔은 또 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생략)　 -김소연 `그래서`　김소연 시인은 1967년 생, 경주 출신이다. 이 시는 슬픈 정서가 가득한 시집, `수학자의 아침`에 나오는 시다. 　`내일이 문밖에 도착한지 오래되어도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 하는 오늘의슬쓸한 삶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풀밭에 앉아 있는 나비`, `꿈속에서 죄를 짓고 있는 어린 나`등등. 살아가면서 우리는 기쁨 보다는 슬픔을 더 많이 느낀다. 고통과 상처 안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다. 　사람들의 마음은 슬픔에 왜 더 예민할까? 그것은 우리의 영혼을 조용히 흔드는 것은 쓸쓸하고 슬픈 정서가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음악이든 문학이든 명작들은 슬플 때 나온 것들이다. 그리고 우리 삶 자체가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삶이기 때문이다. 　시속의 화자는, `잘 지내고 있고(슬픔이 말라가고 있다)`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아, 좋다, 같은 말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고 있다 나 혼자 하고 나 혼자 듣는 고독하고 슬픈 삶이다.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화자는 쓸쓸한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슬프고 애틋하다! 　시인은 슬픔을 조용히 자신의 내면 속에서 응시한다. 그리고 슬픔의 출렁거림을 기억해 내고, 그 슬픔의 무늬를 기록해 간다. 슬픔은 나를 `살아있게` 하는 거름이다. 슬픔도 때론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