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27일, 7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청와대가 철저하게 사전검증했다고 장담하는데도 부동산투기에 논문표절·특혜채용·자료제출 거부와 같은 단골 메뉴들이 등장해 후보자들의 앞길을 막아섰다. 결국 여론이 나빠진 두 명의 후보자는 낙마하고 나머지 후보자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2000년 6월, 첫 도입된 공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후보자들에게 험난한 코스인 것은 분명해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만큼 어렵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특히 청문회에서는 본인은 물론 배우자·자녀 등 직계가족의 껄끄러운 정보들까지 상당수 공개된다. 그래서 그것이 두려워 고위 공직 맡기를 꺼리는 인사들도 꽤 많다. 청문회 낙마를 줄이고 바람직한 청문회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보다 더 엄격한 사전 검증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에 소홀해 놓고 이를 대신 국회에 떠맡기다보니 정책 청문회 대신 약점을 파고드는 청문회로 변질되고 있다. 　미국의 인사청문회 역사는 230년이 넘는다. 1787년 연방헌법에서 대통령에게 연방정부 공직자 임명 권한을 주는 대신 상원엔 인준권을 줬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1789년 이래 상원에서 장관 인준을 거부한 경우가 단 12차례에 불과했다. 미국에 청문회 대상 고위직 공무원이 약 600명 정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우리나라는 청문회 제도의 무늬만 따왔다. 미국은 청문 기간만 9주다. 백악관 대통령 인사실에서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 법률고문실과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정부윤리처와 해당 부처 윤리담당관실 등이 탈세와 범죄 경력 등 230여개 항목에 대해 3개월 이상 사전검증 작업을 벌인다. 이런 검증을 거쳤으니 의회 청문회에서는 개인적인 결점을 찾기보다 정책청문회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대부분 후보자들은 미국이었다면 FBI나 IRS 조사 단계도 넘어서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청문회가 제 역할을 하고 국민들이 후보자들의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부터 청문회를 중시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대통령이 청문회를 요식행위쯤으로 생각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청문회는 존재이유가 없다. 　이 사람을 쓸까 저 사람을 쓸까 고민해야 할 대통령이 청문회 통과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으니 대통령의 잠 안 오는 밤이 며칠 계속될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