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범죄 해결이나 예방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삶이 범죄로부터 노출되지 않게 돕는 것도 중요하다" 대구 중부경찰서 김재달 형사과장은 "사람의 삶이란 게 그런 거 같다. 궁핍한 생활에서 고난이 연속적으로 찾아오면 결국 그 끝의 종착점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과장은 경찰의 본분을 `치안`에 무게를 두면서도 불우한 이웃도 아우르는 선봉에 서야한다고 강조했다. 불우한 환경이 범죄를 양성하는 텃밭이 될 수 있는 만큼 도움의 손길을 통해 함께하는 공동체 인식을 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과장의 이러한 정의감은 그가 들려준 유년시절 모습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다. 중학교 재학 시절 태권도를 시작했다는 그는 지금에 이르러선 공인 4단(명예 공인 5단)에 이르는 `무예인`이다. 당연히 짖궂은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들을 외면하지 않았고 이들을 돕기 위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 과장은 "어릴 때부터 정의감이 많았다. 남들을 도와야 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과정들이 모여 경찰이란 직업을 선택하게 됐다"며 "올해로 경찰 생활 34년여에 접어드는데 지금도 친구들에게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큼 제 직장에 대해 애착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슴 한 켠에 담고 살아온 김 과장은 지난해 6월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수성구테니스협회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갖가지 운동을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이 결성한 사이클 동호회 회원 30여명과 수성구의 한 식당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의 사단법인 세잎클로버를 발기한다. 세잎클로버는 회원들마다 한 달에 2만원씩 자동이체를 통해 돈을 모아 환경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 등에게 학용품,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자동이체로 모아진 돈은 오직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사용되며 그 외 사용되는 모든 돈은 회원들이 각자 부담하는 `더치페이`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는 회원 수가 243명에 달할 정도로 지역 봉사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봉사단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강력 범죄로 어머니를 잃은 다문화 가정 아동에게 학용품, 신발 등을 지원해 줬으며, 또 다른 가정에도 TV 등 전자제품을 비롯해 책상과 피아노 등을 지원해 주는 등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선행에 발법고 나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달 말에는 지적 장애와 지체 장애까지 앓고 있는 한 아동의 사연을 듣고 이에 따른 수술비 전액을 지원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김 과장은 이러한 선행을 위해 사회복지사 2급, 학교폭력상담사 2급, 학교폭력 예방교육사 2급 등 많은 자격증도 소유하고 있다. 김 과장은 "한 사람에게 2만원은 큰 돈이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을 통해 모아진다면 어려운 가정에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돈이 될 수 있다"며 "어려운 가정에 희망을 전달하는 것 만큼 보람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같은 선행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정의감과 선행으로만 살아온 김 과장에게도 경찰공무원으로써의 고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흔하게 보이는 CCTV 수사를 비롯해 과학수사 등이 사건 해결의 노른자 역할을 하지만 이런 장비가 없던 시절에는 경찰서나 잠복 수사로 인한 차량에서 먹고자기가 일쑤였다는 김 과장. 특히 그는 잠복 수사를 위해 빵과 우유 등을 한 가득 차에 실어 몇 날 며칠을 차안에서 나오지 않고 범인을 잡기 위해 고생했던 초년 시절을 뚜렷하게 기억했다. 김 과장은 "한겨울이나 한여름 차에 시동을 켜지 않고 잠복 근무를 한다는 것이 쉽지 많은 않은 일"이라며 "오직 범인을 잡겠다는 생각 하나만을 가지고 차안에서 용변을 받아가며 버틴 적이 많았다. 이런 고생 끝에 범인을 검거하면 이에 따른 성취감은 하늘을 찌를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강간범을 맨 손으로 잡은 경찰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87년 11월께 수성구 일대는 강간을 일삼은 A씨로부터 많은 여성들이 공포에 떨었었다. 하지만 지금과 달리 당시는 성범죄에 있어 여성의 신고율이 저조했고 경찰 수사도 이에 따라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강간범은 여성의 뒤에서 흉기로 위협하는 방법으로 폭행했고 이에 따라 강간범의 얼굴을 본 피해자 역시 없는 상황이었다. 김 과장은 수성경찰서에서 근무하던 당시 작은 슈퍼마켓에서 강간범의 주 무대인 한 가건물을 알게 됐고 박스로 몸을 가리는 잠복수사로 강간하려는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했다. 김 과장은 "잠복수사를 통해 강간범을 현행범으로 잡았던 그때의 희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오직 사명감 하나만으로 추위를 버텼던 것 같다. 범인을 잡고 나니 왠지 제 자신에게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김 과장은 어려운 이웃으로 손꼽히는 다문화 가정을 돕는데 남은 여생을 바치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어려운 이들을 도와 행복한 가정으로 이끌어 내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김 과장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많은 다문화 가정들이 이웃으로부터 소외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좀 더 빨리 도왔어야 하는데 다소 늦은 감이 있어 아쉬운 점이 많다. 이제라도 여력이 다할 때까지 다문화 가정을 돕는데 한 평생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