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이 발생한지 1년5개월이나 지나 원인이 지열발전에 의한 인재로 밝혀지면서 직접 피해당사자인 포항시민은 물론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영남권 주민들은 분노를 참을 수 없을 지경이다. 당초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의 원인이었다는 주장은 지역시민단체측의 자체조사에서 터져나왔으나 전문성이 없는 시민들의 주장으로 무시해 왔고 정부와 지자체의 피해수습대책도 이제까지 미온적이었다. 결국 답답한 사람이 샘파는 격으로 자료발굴과 목소리 높이기를 통해 정부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시민들의 주장이 옳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억울한 피해주민들은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같은 결과가 나오면서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그제야 4월 국회에 제출되는 미세먼지 관련 추경안에 포항지진 피해복구 등 지원예산을 포함키로 하는 한편 포항지진을 특별재난으로 규정 특별법을 제정키로했다. 국회차원에서도 관련 특별위원회를 추진하고 여당의 관련특위도 가동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도 경북도 차원에서 피해복구를 돕는 추진단을 꾸미고 포항경제살리기,포항지진 손해배상 및 지역재건특별법제정,대내외 소통 등에도 각종 대책을 세운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차원에서도 시장 군수 구청장 협의회는 포항특별법 제정 등 도시재건을 위한 실효성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진피해 주민들이 오랜 시간 동안 온갖 고통과 역경을 겪어왔음에도 도움의 손길이 제데로 미치지않았던 포항에 정부조사단의 인재라는 발표에 뒤늦은 지원책이 못물터지 듯 하는데 되레 의아한 마음이 든다. 만약 이번에 인재가 아니고 자연재해로 판명났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그동안 시민들이 지열발전이 지진의 원인이라 주장했을 때 정부와 지자체는 얼마나 진상규명에 도움을 주었던가? 어쨌든 지금도 재해가 진행되는 마당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의지가 매우 중요하나 원망은 감출 수 없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보인 지진의 원인규명은 물론 지열발전허가 및 운영과정, 미온적 피해 복구 및 지원 대책은 비판받아 마땅할 정도다. 처음 시민단체측이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에 있다고 했을 때 정부와 지자체는 어떤 태도였던가? 일반 국민들 처럼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성을 가지고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해야할 정부가 이미 지열발전소가 지진의 원인이 되었던 스위스의 경우 발전소를 폐쇄했던 사례를 몰랐던 무지를 어떻게 변명할 수 있을까? 지열발전사업자가 이같은 사실을 미리 알고도 정부를 속였다면 순진하게 속았다는 것으로 면책이 될 수 있는 일인가? 알고 속았든 모르고 속았든 속은 자체가 부끄럽지 않은 일인가? 또한 인허가권을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다 해도 경북도와 포항시는 지역과 지역민에 중차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사업에 대해 강건너 불구경하 듯 해도 그만이란 것인가? 물론 이 문제는 수사를 통해 민형사상 책임 소재가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한 도시의 인구가 격감할 만큼 큰 충격을 준 이같은 문제에 대해 허가 감독관청은 물론 해당 지자체들 마저 주민들 보다 원인추적 노력에서 뒤졌다는 것이 부끄럽지않은가? 그렇다면 지방자치는 왜 하는가? 흥해 대피소엔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좁은 텐트에서 생활하면서 기어나오고 기어들어가는 주거조건에 건강이 악화될 지경이고 파손된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불안감 속에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랜 기간 피해복구는 고사하고 주거불안조차 해소하지 못하는 재해대책은 인재든 자연재해든 정부와 지자체의 존재자체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는다는 나라의 자긍심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