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容恕)는 지은 죄나 잘못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 함을 말하며, 그 속에는 같은 의미를 가진 유사어가 더러 있다. 도량은 너그러운 마음과 깊은 생각이고 아량은 너그럽고 깊은 마음씨를 말한다. 그리고 관용이란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을 말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고 경험과 지혜가 깊어짐에 따라 한층 관대해진다. 모든 종교의 최상은 최대의 관대이며 과오는 인간의 것이라면 용서는 신(神)의 것이다. 성서 `복음서`에 자기 아닌 남을 위해서 선(善)을 베풀라고 한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에게 잘 해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을 위해 축복해 주어라 그리고 너희를 학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어라`했다. 관용은 미덕(美德)이 입고 있는 의상(옷)이다. 영국의 수상이었던 처칠은 "전쟁할 때 과감하고 패배했을 때 도전하고 승리했을 때 관용을 베풀고 평화시에는 선의(善意)를 가져라"권면했다. 인간이 바르고 선하게 살기 위해서 종교를 가진다. 초월적인 절대자를 믿고 숭배하는 신(神)을 찾아 교의(敎義)를 믿고 받드는 신앙을 가진다. 그래서 모든 종교는 도덕을 그 전제로 하며 인간 도야의 근본이 되므로 생활의 부패를 막는 방부제이며 인생의 향료다. 마르크스는 `종교는 인민(人民)의 아편`이란 말도 있지만 후한 마음으로 받아 들인다면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사실 종교의 본질은 자유도 행위도 아니고 직관(직접적 파악)과 감정이다. 그래서 종교는 생명의 소금이며 힘이다. 용서하고 관용을 베푸는 초인간적인 배려도 모두가 신앙에서 파급되는 마음의 봉사 역할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이 종교는 생명이고 철학은 사상이라 한다. 종교는 우러러보고 우정은 자기의 마음을 살핀다. 우리는 생명과 사상 둘 다 필요할 뿐만 아니라 양자가 조화를 이루길 바란다. 시인 롱펠로는 `종교가 없는 도덕률은 방향을 찾지 못하는 항해와 같다. 구름에 별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선박의 위치를 알려고 하는 노력과 같다` 사람은 종교의 힘인 신앙으로 살고 그것이 바로 가시밭 같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고 진실된 원동력이다. 용서에서 벗어난 인물을 원수라 하는데 원수는 해를 입어 원한이 맺힌 대상으로 `순(順)으로 풀라`고 한다. 이 말의 뜻은 원수를 원수로써 갚으면 다시 원한을 사게 되어 한이 없으니 화평스러운 가운데 풀어야 후환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의 속담에 `십 리가 모래 바닥이라도 눈 찌를 가시나무가 있다`는 말은 친한 친구 가운데에도 원수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성인(聖人)의 말씀 가운데서도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 하거든 물을 주어라. 그것은 그의 얼굴에 모닥불을 피워 주는 셈이니, 나중에 후한 축복이 있다`는 것이다. 극작가 세익스피어는 `남의 잘못에 대해서 관용하라. 오늘 저지른 남의 잘못은 어제의 내 잘못이었던 것을 생각하라. 잘못이 없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다. 완전하지 못한 것이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하고 진정으로 대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언제나 정의를 받들어야 하지만 정의로만 재판을 한다면 우리들 중에 단 한 사람도 구제함을 받지 못 할 것이다`했다. 용서함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잊어버려 주는 일은 더욱 좋은 일이다. 자기를 제외한 모든 인간의 과실에 우리는 관용을 베푸는 인간적 아량도 필요하다. 관용과 너그러움은 인생의 덕목(德目) 가운데서도 으뜸가는 도량이며 또한 자기를 낮추어 겸손함을 나타내는 착한 마음이요, 품성(타고난 성격)을 보이는 꽃의 향기다. 꽃은 생기가 있을 때 더 아름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