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약탈본의 유포 ②　도서 수집도 시대적인 사조에 따라 주제도 다양하게 되었고, 조선서적의 수집 과정에서 불서전행(佛書專行)에서 탈피하여 유불서 병용기(儒彿書倂用期)로 접어들면서 사가미노 가미주쇼(相模守仲章) 같은 사람은 도서수집광으로 호집서적(好集書籍)에 상통한 백가구류(百家九流)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 무렵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란을 일으켰고, 그 전쟁을 계기로 그 많은 조선의 약탈본을 일본으로 실어갔으며,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해 보겠다는 구상도 해보지 못한 채, 1598년에 병사하고 말았다. 그때 우키다 히데이에의 약탈본을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부터 받은 마나세 쇼린은 요안인(養安院)문고를 설치했으며, 그 후 이 도서가 산질되면서 진기치(仁吉)고등학교와 덴리(天理)대학 도서관에 조선도서의 1부가 전승되고 있다. 그리고 요안인문고의 장서 목록인 `회천루 서목(懷遷樓書目)`은 현재 내각문고에 소장되어 있다. 그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집권하면서 그는 유서(儒書)의 절대 진서(珍書)를 신봉하고 정권적 차원에서 정책에 반영하였다. 그것은 공자의 학문은 계급을 엄격하게 하고, 질서를 존중하였으므로 이것을 정책으로 시행하면 군주에게 모든 권한이 집약될 수 있어, 군왕으로서는 적극 장려할 만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호학성(好學性)은 천성적이며, 그 사고 또한 영특하여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이 대단한 선견자였다. 그러므로 그의 뜻은 통치의 요소를 학문에다 두고, 그 기술을 학자로부터 찾고자 물색하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몰수한 조선의 약탈본 일부를 후시미(伏見)학교와 아시가가(足利)학교에 주었다, 그 때 후시미학교에 준 조선 서적만도 200여 종이라고 하니, 수 천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국립국회도서관에 관리가 이관되어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602년에 후지미데이(富士見亭)문고를 설치하고, 조선 약탈본을 소장했으며, 오늘날의 궁내청 서릉부(書陵部)에 943책, 내각문고에 2,966책이 전승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순푸(駿府)에 은거하면서 수루가(駿河)문고를 설치하고, 장서 약 800여종을 수장해 있다가, 그의 유명에 따라 이것을 도쿠가와 3가(家)인 ①7번째 아들인 요시나오(義直)를 통하여 나고야(名古屋)성내에 오와리(尾張)문고를 설치하고, 소위 어양본(御讓本) 2839책을 받고 ②8번째 아들 요리노브(賴宣)는 와카야마(和歌山)성에 기이(紀伊)문고를 설치했으며, 여타 문고보다 약탈본을 많이 받았고, 현재 도쿄대학 도서관에 그 자료가 전승되고 있다. ③9번째 아들인 요리후사(賴房)는 미도(水戶)에다 미도문고를 설치했으며 현재 쇼고간(彰考館)문고에 구장본이 남아있다. 조선에서의 약탈본은 일본의 특정장소에서 대량 수장된 문고본도 많았으나 이와는 별도로 신사, 사찰의 안장본(安藏本)과 번교(藩校)의 비치본 외에도 여러 통로로 문인들의 수중으로 들어가고, 또 많은 양이 시중으로 유출되어 지식인 등 수요자에게 거래되는 일반 통행본도 많았다. 위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훈에 따라 여러 아들과, 후지와라 세이가(藤原惺窩)의 제자 하야시 라산(林羅山)의 문하생등은 유도(儒道) 장려에 적극성을 띄었다. 그리고 번주들도 유생들을 초빙하여 마쓰나가 세키고(松永尺五)는 가가(加賀)에, 나와 갓쇼(那波活所)는 기슈(紀州)에, 미야케 기사이(三宅寄齋)는 비젠(備前)에, 호리 교안(堀杏庵)은 오와리(尾張)로 내려가 문교의 진흥에 적극 힘을 썼다. 그 당시 일본에서는 신사와 불각(佛閣), 번교 및 사숙(私塾)등은 국민교화의 중심장이 되고, 조선의 약탈본은 그 교과서가 되어 전국의 모든 번(藩)과 식자 간에 전파되어 에도(江戶) 시대의 학문과 유교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래서 조선 서적의 유포는 전국적으로 파급되어 그 낭송하는 소리가 높아졌다. 이 모든 것이 그 때의 사정에 맞는 시의(時宜) 적절한 조치였고 시대 정신이었다. 이와 같이 근세 일본에서 환기된 많은 문고와 번교 및 사숙 등의 교육과 아울러 독서열에 집착된 국민성의 변화는 도쿠가와 막부가 진작시킨 문치정치(文治政治)에 기인되며, 산사의 일부 학문승 계급에 의해 명맥되어 온 일본 문화의 탈피는 조선의 약탈본과 그 때의 금속활자가 결정적인 계기를 부여한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