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5천년 역사를 되돌아보면 나라가 어려울 때 마다 훌륭한 지도자들이 나타났다. 특히 7년 전쟁으로 조선 강토를 피로물들게 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는 이순신 장군이 풍전등화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데 앞장섰다. 해전에서 승승장구하던 이순신 장군은 모함과 질시로 모든 관직을 박탈당하고 백의종군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나라와 백성만을 생각하며 삼도수군통제사직을 다시 맡는다. 고작 12척의 배로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이순신 장군은 수백척의 왜선을 부수며 반전에 성공,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순국했다. 왜군의 흉탄에 쓰러지며 하신 `나의 죽음을 싸움이 끝날 때까지 알리지 말라`고 한 유언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순신 장군이 바다에서 분전할 동안 육상에서도 수많은 의병장들이 전국 도처에서 일어나 항전을 전개했다. 초야에 묻혀 학문을 닦던 많은 선비들이 전답을 팔아 의병을 모으고 의병장으로 나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식민지로 전락한 일제강점기 동안에는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전재산을 털어 낯선 땅으로 이주, 풍찬노숙하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했다. 이들 중 많은 애국지사들은 일경에 체포되어 혹독한 고문과 수형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생을 쓸쓸히 마감해야 했다. 이처럼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온갖 고초를 마다 하지 않고 나선 지도자들이 있어 대한민국이 5천년이란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남을 이끌고 앞장서 일하는 지도자는 인격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일반인보다 더 높은 자질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인성이나 품성이 일반인보다 못하거나 살아온 삶의 궤적이 아름답지 못하다면 지도자로 나선다 하더라도 합당한 존경을 받지 못하고 지도자로서 역할 수행에 많은 문제점이 따를 것은 뻔하다. 과거에는 누가 어떤 장관이 됐는지는 국민들의 큰 관심 사안이었다. 장관 자리가 보통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옛날로 치면 장관은 임금이 내리는 큰 벼슬이다. 부서의 업무가 확대된 지금은 어쩌면 장관 자리는 더 대단한 자리인지 모른다. 그런데 근래 들어 장관 청문회를 보면 일반인과는 뭔가 다를 줄 알았던 장관후보자들의 지나온 삶들이 시중의 장삼이사(張三李四)보다 나은 것이 없을 정도니 존경심이 우러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새로 임명한 7명의 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들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통일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당들은 다른 장관 후보들에 대해서도 부적격 입장을 밝힌 가운데 특히 통일부 장관과 중기부 장관에 대해선 더욱 강경한 입장이다. 그만큼 이들이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통일부 장관 후보에 대해선 청문회 과정에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후보라기 보다 북한 통일선전부장 후보라는 착각이 들정도라며 후보자의 과거 북한관련 발언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불성실한 자료제출을 문제 삼으며 본인은 지난 정부시절 장관후보자들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 대놓고 자신에 대해서는 `내로남불`식 태도를 보인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들마다 이제 위장전입,부동산 투기의혹 등은 단골메뉴가 된지 오래다. 온갖 흠결이 청문회과정에 드러나 야당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도 부끄러워 자진 사퇴하는 장관후보나 고위직 인사들의 모습은 드물었던 것 같다. 장관은 나라의 지도자라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납득 못할 인사들이 장관이 된다면 개인으론 더 없는 영광이겠지만 나라엔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지도자의 위기는 나라의 위기가 된다.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장관후보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