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죽는 건 아닌지 겁이 나지만 참고 지낸다. 벌써/보름째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 제대로 걷기가 힘들다./세브란스병원 뇌신경과 의사는 괜찮다고 "6개월 후에 다/시 오세요." 말했지만 아내는 "뇌가 상한 거야. 그동안 나/쁜 약을 먹어서 그래. 뇌가 상하면 균형 감각이 없어요. 약/을 끊어요." 말하고 의사도 약을 끊으라고 해서 10년 넘게/먹던 약을 끊었지만 그럼 금단 현상인가? 다시 아들에게 부/탁해서 뇌 촬영을 할까?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지금 이/글은 앉아서 쓰니까 걷기가 힘들지 않지만 두통과 어지럼증/은 계속된다. 내가 너무 늙은 것 같다. -이승훈 `이것도 한때 저것도 한때다`　이승훈 시인은 1942년 생, 강원도 춘천 출신, 한양대 명예교수로 2018년 타계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로 한국시단에 충격을 주고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한 시인이다. 이것도 시인가? 그렇다 시다. 그의 시는 대부분 산문시로,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즉 시 따로 인생 따로 있는 게 아니고,그의 시는 현실의 삶이 그대로 진리라는 생각으로 시를 쓴다. `시`와 `비시`의 구분이 애매하다. 어디가 시와 비시의 경계일까? 를 생각하게 하는 시다. 일상적 현실, 의미가 없는 구체적 삶의 단편들을 시로 옮기고 있다. 이 시에서도 별 의미가 없이 흘러가는 삶의 한 공간, 즉 삶에서 겪는 어떤 환자의 삽화를 시로 옮겼을 뿐이다. 이것은 시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얼핏 시가 아닌 것 같아 독자들은 당황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것처럼， 이것도 진실이 담긴 재미난 한편의 시다. 시인은 지금 뇌신경 고장으로 투병하고 있는 환자다. 두통과 어지럼증 때문에 뇌 촬영을 할까 말까 고민 중인 환자 이야기다. 그러니까 개인의 일상적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한 모습을, 진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시의 마지막 행 "내가 너무 늙은 것 같다!"라는 진술에서 독자는 묘한 공감과 슬픔과 아픔을 느낀다. 삶을 향한 우리들의 두통과 어지럼증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