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교토 5산의 학문승인 쇼고쿠지(相國寺)의 쇼타이(承兌), 난센지(南禪寺)의 레이소(靈三), 도오고쿠지(東國寺)의 에이데스(英哲)와 분에이(文英) 그리고 세이간 등을 종군케 하고, 안고쿠지(安國寺)의 에게이(惠瓊)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을 받고 조선으로 급파하여 같은 해 5월 21일에 성주(星州)에서 모리 데루모토(毛利輝元)를 만났다. 이 때 성주사고의 도서를 모두 약탈했으며, 6월 7일에 부산으로 와 안고쿠지에 편지를 보내 `조선 불전(佛典)의 내전(內傳)과 외전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도서 및 보물을 배에 실어 보낸다`는 내용의 글을 써 보냈다. 이 전쟁 통에 나라의 역사를 기록하여 보관하던 4대사고(춘추관·충주사고· 성주사고·전주사고)와 태조의 영정을 봉안하던 6개 영전(影殿) 가운데, 전주사고의 자료와 전주 경기전(慶基殿)의 영정만이 천우 신조로 환란을 면하고 그 외에는 모두 불타버렸다. 이 때의 왜장들은 학문승을 자문역으로 대동하고, 도서 및 금속활자와 인쇄용 유성잉크, 기타 문화재 약탈에 적극성을 띄었다. 우키다 히데이에가 조선으로 출군하기 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신고를 하러갔을 때, 여기에 배석해 있던 시의(侍醫) 마나세 쇼린(曲直瀨正琳)은 개선 선물로 조선의 의학 도서를 부탁했다. 우키다 히데이에는 한양에서 약탈한 도서와 금속 활자를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보냈고, 히데요시는 그 일부를 1595년에 마나세 쇼린에게 `수차지 서적(數車之書籍)`을 하사했다. 그 당시의 탈취본을 주축으로 하여 모리 데루모토의 참모인 가나에도라(鼎虎)가 세운 도슌지(洞春寺)의 장서본에는 당시 영의정인 류성룡(柳成龍)의 장서인이 있는 도서와, 영의정을 지낸 홍언필(洪彦弼)이 국왕으로부터 받은 `하사기(下賜記)`의 인기(印記)가 있는 것도 있다. 도쿠가와(德川)정권의 서물봉행(書物奉行)인 곤도 모리시게(近藤守重)는 신련(辛璉·直齋)을 비롯하여 영의정을 지낸 이기와 좌의정을 지낸 유홍(兪泓), 윤개(尹漑), 판서를 지낸 안위(安瑋), 참판 이호민(李好閔), 민여임(閔汝任), 정대년(鄭大年), 황해도 사람 임추(任樞)와 그의 아들 호신(虎臣)·보신(輔臣), 그의 친척 임숙영(任叔英) 일문의 구장본(舊藏本)도 고스란히 약탈 당했다고 하였다. 이 외에도 경연(經筵)의 비치본을 비롯하여 병조·영산현(창녕)·광주목 등의 것도 여지없이 약탈 당했다. 이를 미루어 보아 왜군들의 약탈이 얼마나 가혹하며 철저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약탈한 문화재는 그 때 그 때에 후방인 부산으로 보내어 일본으로 배에 실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턱 밑에 전리품으로 각 부대가 경쟁이나 하듯이 앞 다투어 바쳤으며, 일부 장수는 자기 집으로 가져가는 횡령도 서슴치 않았다. 임진 왜란 때 왜군이 닥치는 대로 목을 동강내고 불지른 실례로 당시 전쟁에 종군한 왜 승려 오세키 사다히로(大關定裕)가 쓴 `조선정벌기(朝鮮征伐記)`에 가토 기요마사는 경주 점령에 관련하여 `목을 베어 얻은 머리가 1만 1천 50수(首)이다. 성 안과 성 밖은 화염에 쌓이고, 하루 낮 하루 밤만 있으면 나머지 3만 채(軒)가 모두 타버릴것이다. 그 때 가서 총군을 모아 인마(人馬)의 휴식을 취하게 된다`고 기술하였다. 　4. 약탈본의 유포 일본에 전래된 조선 서적의 유입과정은 여러 통로가 있겠으나, 요약하여 막부의 간청에 의한 사급본(賜給本), 조선인 포로들의 필사본, 왜사 및 왜관을 통한 구입본, 잠상(潛商)에 의한 밀수입본, 왜구의 탈취본, 임진·정유란 때의 약탈본 등을 들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약탈본이 일본에서 어느 지역으로 누구에 의해 어떻게 유포되었는지를 알아본다. 일본에서는 집권 무인들이 처음에 참선하는 승려에 의지하였으나, 불교 경전에 충효인의(忠孝仁義) 등의 유어(儒語·`사서삼경` 등에 수록된 어휘)가 없음을 알고, 이를 보충코자 유(儒)와 선(禪)을 함께 수용해야 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반 사회의 도서 수집의 풍조는 미나모토노 사네토모(源實朝·1192~1219) 때부터 일기 시작하여 사찰의 장서본을 찾아다니면서 중요 부분만 뽑아서 적었고 호조(1230년경) 때에는 본격적으로 국보적 자료를 모아 두는 가네사와 문고(金澤文庫)를 1275년에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