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도서 약탈의 계락-② 각지에서 잡혀 온 장정들은 섬 안에 있는 신사와 사찰을 불태우고, 불상을 파괴하며, 민간의 재물을 뺏을 뿐 아니라, 여자들을 겁탈하고 폭행을 자행하는 등 분위기는 점점 험악하여 주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가 없었다. 이것은 병사들의 불만을 최고조에 달할 때까지 누적시켜 두었다가 일촉즉발의 그 광기의 발산을 전장에서 싸울 때 기세를 확산시키기 위한 하나의 전술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렇게 전쟁준비에 혈안이 되어 광분하고 있을 때 조선에서는 양반자제들의 무리들이 유흥에 날뛰고, 상인(常人·평민)은 귀신의 가면을 쓰고, 또는 무당(巫身)이 되어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사회풍조의 아류에, 뜻있는 사람들은 세상은 말세라고 탄식하며 혀를 찼다. 사실 천하가 비록 평안하더라도 전쟁을 잊고 있으면 반드시 위험이 온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한 조선 침략의 만행은 자행되고 말았다.　3. 약탈본의 수량과 범위 1592년 4월 13일 안개 낀 새벽을 틈타 제1군장인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병졸을 이끌고 부산에 상륙하여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지령인 조선과의 통신이 안 돼 사전연락을 못했으며, 조선을 통과하여 명나라를 치겠다는 소위 정명향도(征明嚮導) 즉 가도입명(假途入明)의 적반하장의 궁색한 변명의 구실을 대고 조선을 침략하였다. 이 때 고니시 유키나가 및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등 36장(將)이 수륙병 50만명과 병선 4만 내지 5만 척의 대군으로 개성가도(開城假途)를 요구하자 동래부사 송상현(宋象賢)은 "죽기는 쉬우나 길을 틔어줄 수는 없다"고 하고는 왜군들과 항전하다 부산 첨사 정발(鄭撥)과 같이 전사하였다. 왜군들은 부산성과 서생 및 다대(첨사 윤흥신(尹興信) 전사)의 여러 진(鎭)과 양산과 밀양을 차례로 함락시키고, 가토 기요마사는 언양으로 진격했고, 구로타 나가마사(黑田長政)는 김해를 쳐서 함락하였다. 이때 서울에서는 왜군이 들어온 지 5일후인 4월 17일에 장계(狀啓)를 받아보고, 비로서 왜 대군의 침입으로 위기에 당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월 28일에는 충주의 패보가 서울에 전해지자 선조왕은 4월 30일 평양으로 파천하였다. 그 후 5월 3일에 고니시 유키나가는 서울에 침입했고, 또 5월 5일에는 왜군 총수 우키다 히데이에(宇喜多秀家)가 들어왔다. 제장(諸將)은 각 도를 분담하여 사람을 죽이거나 사로잡고, 문화재는 불태워 버리거나 약탈하였다. 그 때 여러 궁궐을 비롯하여 사고(史庫)·관청·사찰·향교도 모두 불타거나 파괴되었다. 이 때 전국에 분청사기를 굽는 가마가 185개소, 백사기 가마가 136개소 모두 321개소의 가마가 왜군에 의해 파괴되었다. 도공들은 모조리 납치해 갔다. 이 난리통에 못 옮긴 역대의 보완물(寶玩物)이며 문무루(文武樓) 소장의 도서와 춘추관에 있던 각 조(朝)의 실록, 전조(前朝)의 사초, 그리고 `승정원일기` 등 모두 불태워 버리거나 약탈해갔다. 그리고 불타 남은 서책과 개인 소장의 도서 및 남산록에 있는 주자소의 활자 마저도 약탈해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