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1월15일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인재라고 한다. 보통 지진은 지각변동으로 인한 자연현상으로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재난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1천300여명의 이재민과 건물파손 등 수천억원의 재산피해를 남긴 포항지진은 그런 자연지진이 아니고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생긴 인재라는 것이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두고 1년여 가까이 조사해온 대한지질학회를 주축으로 한 포항지진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땅속으로 하루 최대 900t의 물을 계속 주입하는 과정에 수압을 견디지 못한 단층이 어긋나면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조사단은 물 주입으로 작은 규모의 미소(微小)지진들이 발생했고 이런 미소지진이 큰 지진을 촉발했기 때문에 포항지진은 단순한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 주입때마다 암반균열이 일어났고 10개월간 쏟아부은 1만t의 물로인해 단층이 뒤틀려 1978년 지진 관측이래 경주지진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의 지진을 촉발시켰다는 설명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데는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가 큰 역할을 했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그동안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해왔다는 주장을 가장 먼저 펼쳤다. 그는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2017년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여부조사`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그 근거로 발전소의 물 주입시점과 지진발생이 일치했고 지진의 진앙이 물 주입지점 근처로 몰려있었고 진원의 깊이가 일반적 자연지진보다 얕고, 물 주입 깊이와 일치했다는 점도 제시했다. 물론 일부 학자들은 포항지진을 두고 지난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 여파로 한반도 단층대들이 약해져 경주지진에 이어 포항지진이 발생했다는 주장을 제기해왔지만 이번 정부조사단의 조사결과는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이진한 교수와 의견을 같이 한 셈이다. 이미 스위스 바젤에서도 지난 2006년 지열발전소 건립과 시험운영과정에서 규모 3.0이상의 지진이 일어나자 정밀조사 끝에 2009년 발전소를 폐쇄했다고 한다. 해외의 이런 유사 사례를 좀 더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작은 지진들이 수십차례 발생할 때 경각심을 갖고 정밀조사를 벌였더라면 포항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수 도 있었던 것이다. 정부조사단의 발표가 나온 후 정부 측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열발전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의 진행과정 및 부지선정 적합성 여부에 대해 엄정조사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지진으로 상처받고 어려움을 겪은 포항시민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정부조사단 발표를 지켜본 포항시민들은 이제야 지진의 진실이 밝혀졌다며 환호했다. 뉴스를 통해 발표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지진 도시라는 오명을 벗게 돼 기쁘다고 했다. 지난 2017년 11월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발생한 강진은 포항뿐 아니라 전국을 뒤흔들었다. 진앙에서 가까운 공동주택은 지진의 충격을 못 이겨 기울어지고 수업중이던 대학생들은 쏟아지는 외벽의 파편을 피해 긴박하게 대피해야 했다. 건물마다 균열이 생기고 타일이 깨지는 등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제 포항 지진 원인이 정부가 추진한 지열발전사업에 의해 촉발됐다는 전문가들의 조사가 나온 만큼 남은 것은 피해보상이다. 하지만 피해보상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포항지진피해시민대책위 관계자의 말처럼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해서 사법당국의 수사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피해보상과 관련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포항지진 피해에 대한 수습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다. 원인이 나온 만큼 정부와 행정당국은 지진피해 포항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보상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