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Spokesperson)하면 청와대와 정당을 먼저 떠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청와대의 경우 대통령의 생각과 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없을 때 대신 내세우는 사람이 대변인이다. 정당의 경우에도 소속 정당의 정강이나 정책, 정치적 견해를 내세워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때 대변인을 내 세운다, 그래서 대변인은 정당의 얼굴이며 정당 4역 중 한명으로 내세울 만큼 주요 인물로 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기업이나 단체, 기관들에서도 언론, 커뮤니케이션, 홍보 및 공공 문제에서 공식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가를 고용해 가장 적절한 방법과 경로를 통해 공적인 발표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대변인의 역할은 이 때문에 날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대변인 역시 언론에 노출빈도가 많아 얼굴을 알리는 수단으로 이 직책을 선호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에 빗댄 것을 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강력히 반발했다.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해찬 대표가 "국가원수모독죄", 홍영표 원내대표가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며 발언 취소와 함께 나 원내대표 사퇴까지 요구했다. 사실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란 표현은 지난해 9월 26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처음 사용했다. 당시 이 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번 연설에서 이를 인용한 것이다. 그럼 과연 나 원내대표의 표현이 과한 것일까? 북핵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들은 보면 블룸버그 통신의 표현이 과하다고 평하기 어렵다. 문대통령은 지난해 5월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끝난 시점에서 김정은의 그 의지는 비핵화보다 남북경협과 대북제재 해제에 더 큰 관심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김정은이 원하는 바요 공교롭게도 문대통령은 그 뜻을 대신 전세계에 전달했다. 그러니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청와대와 여당이 야당의 이 정도 비판으로 곧장 발끈해 국가원수 모독이니, 국회 운영을 경색화 시키고 사퇴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연설에서 한 말에 대한 책임은 오직 국민만이 물을 수 있다. 대변인이라는 말에 이어 다음에는 정책위의장이라는 말이 안 나오도록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