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포로인 강항(姜沆)의 충성심-③ 　사절들은 부산에서 귀경할 때 행로는 이미 정해져 있는 영에 의해 정사는 중로, 부사는 우로, 종사관은 좌로로 나누어 등성하였다. 3사는 상경 도중 같이 삭탈관직의 전갈을 받았다. (정사는 칠곡 인동에서) 그 사유는 최천종의 피살과 음식 제공 문제로 되어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책 중에서도 학봉 김성일의 `학봉집`과 `해사록`, 서애(유성룡·柳成龍)의 `징비록`, 수은(강항)의 `간양록` 그리고 `고사촬요`, `동국여지승람`, `병학지남`, `통문관지` 등은 임진·정유란을 당하여 양국의 기밀에 관한 비문(秘文)이 많이 실린 서적들도 이미 모두 유출되어 있다고 하였다. 　이 중에서 `징비록`은 그토록 금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판으로 중간(重刊) 하였다. 몽고의 병란이 이 땅에 없었던들 고려의 손때 묻은 조상들의 문전 지적(文典誌籍)을 고스란히 이어 받았을 것이고, 왜·호란의 난리가 없었던들 후손들을 일깨울 그 많은 서적을 포함하여 금속활자의 종주국으로 세계문화에 더욱 공헌하여 민족문화를 빛냈을 것이다. 　이로(李魯)의 `용사일기`는 그가 김성일의 막료로 있으면서 김성일이 1590년 통신사의 부사로 일본에 갔을 때부터 진주에서 전몰하고 안동에 이장되기까지(1593년)의 기록이다. 진주성 근처에는 집집마다 사람은 없고 대문 앞에는 많은 책이 널려 있다. 국내외 선현들의 책으로, 김성일 그 자신의 스승인 이퇴계 등 큰 스승과 선비들이 저술한 조선책도 많았다. 왜인들이 비록 오랑캐 이기는 하나 성현들의 말씀이 적힌 책을 감히 밟고 집안으로 침입하겠나 하는 생각에서 대문 앞에 깔아 놓았다. 개인의 책은 물론 향교의 책도 깔렸다. 김성일은 이런 대책으로는 왜병의 간악한 약탈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진주성 안에서 이틀을 보내면서 낮에는 밖에 나와 길바닥에 깔려있는 책을 가져와 읽었다. 　임진란 때 왜군이 약탈한 조선 서적에는 당시 영의정 류성룡의 장서인이 날인된 책과 역시 영의정을 지낸 홍언필(洪彦弼)이 국왕으로부터 하사받은 인기(印記)가 있는 책도 포함되어있다. 그리고 영의정을 지낸 이기와 좌의정의 유홍(兪泓), 윤개(尹漑), 판서의 안위(安瑋), 참판 이호민(李好閔), 민여임(閔汝任), 정대년(鄭大年) 등이 있고, 경상도 영산(창녕)의 유학자 신련(辛璉), `직재(直齋)`의 장서인도 보인다. 국왕 앞에서 경서를 강의한 경연(經筵)의 비치본 `고려사절요`와 병조, 영산현, 광주목의 비치본도 약탈당했다. 　강항의 `간양록`에 1598년 5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여러 장수들을 모아 놓고 `조선침략은 아직 끝을 맺지 못했다`고 하니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이 `조선은 대국으로서 동쪽을 치면 서쪽을 지키고, 왼쪽을 공격하면 오른쪽에 모여 비록 10년을 계속해도 끝을 내지 못한다`고 하였다. 히데요시는 울면서 `그네들은 나를 늙었다고 하지만 나의 처음 뜻은 그렇지 않았다. 이제 언제 죽을지 모르니 조선과 강화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하니 모두가 `심히 다행한 일이라`하였다. 그리고 강항은 히데요시로부터 강화의 말은 죽기 전에 있었다고 하였다. 　이호민(李好閔)의 `오봉집`에 그가 선조왕과 함께 의주로 피난가 쓴 시는 전쟁시의 백미를 이룬다. 　전쟁 중 누가 있어 어버이를 모실건가 / 인간 세상 모든 일과 뜻도 　점점 옅어가네 / 땅 형세는 이미 난자도에서 다해가고 / 행인 중에 　한양으로 가는 이 볼 수 없구나 / 군주의 마음은 착잡하게 압록강 　물 마주하고 / 대신들도 처량하게 대책없이 노을을 보내 / 들으니 　남도 병사가 최근에 승기를 잡았다니 / 언제나 거듭 무찔러 우리 　땅을 회복할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