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서 제비집 요리를 본 적이 있다. 퇴근길에 문/득 그 요리가 생각난다. 제비는 참 황당했겠다.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돌아와 보니 어? 통째로 집이 사라졌다? 거처/할 집을 누가 먹어 버렸다? 뿔뿔이 흩어진 새끼들은? 수소/문은? 나도 이런저런 집을 먹은 적이 있다. 집은 맛있었다/집은 달았다. 꿀도 먹고 마침내 꿀벌 집도 먹었다. 따지고/보면 내 큰 형님도 노름으로 집 한 채 말아먹은 적 있다. 집/을 말아먹고 한동안 노숙자로 전전했다고 한다. 지하철 역,/신문지 둘둘 감고 누운 걸인, 곧 허물어질 건축, 헝클어진/머리카락 속에서 제비 몇 마리 풀풀 날아오른다.-권주열 `즐거운 요리`　 시인은 갓 태어난 듯한 생생한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사람이다. 진부한 문장이 아닌 말의 힘이 느껴지는 언어로. 권주열 시인의 시의 매력이 그렇다. 그는 바다가 좋아서 울산의 정자 바닷가에서 시를 쓰면서 살고 있는 울산 시인이다 그의 시는 말놀이 차원이 아니다. 인생과 사물에 대한 깊은 고민과 사유를 거친 뒤에 오는 독창적 시인의 언어다. 권주열의 시를 `말의 등가교환의 시적 논리`의 시라고 평론가 조강석은 권주열의 시세계를 정확하게 평하고 있다. 시인은 어느 날 티비에서, 재미있지만 의미심장한 `제비집 요리`를 본다. 제비 집이 통째로 먹는 요리로 사라지는 수상한 현장을 본다. 여기서 시인은 엉뚱한 상상력을 발동 시킨다. <집>이라는 명사와 <먹다>라는 동사를 중첩시키면서 우리들의 삶과 연결된 새로운 의미의 다의성을 떠올린다. 즉 `내 큰 형님도 노름으로 집 한 채를 말아먹은 적이 있다`고. `나도 이런 저런 집을 먹은 적이 있다`고. `집은 맛있었고` `또한` 꿀벌 집도 먹었다"고 시인은 고백한다. 그러나 진작 하고 싶은 말은, 시의 후반부 배경으로 슬쩍 흘려 놓고 있다.노름으로 집 한 채를 말아 먹은 큰 형님, 그 형님도 한동안 노숙자로 지하철 역, 신문지 둘둘 감고 누운 걸인으로 떠돌았다고, 곧, 큰 형님은 허물어진 건축이 되고, 큰 형님의 그 헝클어진 머리카락 속에서 사라진 제비집의 제비 몇 마리가 쓸쓸한 풍경이 되어 풀풀 날아오른다고 시인은 상상을 한다. 오, `말아 먹는다`의 삶의 재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