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3만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천349달러로 전년 2만9천745달러보다 5.4% 늘었다. 달러 기준으로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53년 67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10년 뒤인 1963년(104달러)에야 100달러를 돌파했다. 14년 뒤 1천달러를 달성했고, 1983년 2천달러에 이어 1987년 3천달러에 안착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에 이은 노동자대투쟁 때 당시 정부와 언론은 경제위기론을 설파했지만 경제는 고속성장을 이어갔고, 문민정부 시절인 1994년 드디어 `꿈꿔 오던` 1만달러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유지와 선진국·준선진국 모임이랄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란 목표 달성에 매달린 나머지 원화 강세 정책을 고수했고, 이는 수출경쟁력 하락과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다. 1997년 말 터진 `아이엠에프(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의 주원인이었다. 결국 1996년 1만3077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환율 폭등(원화 약세) 속에 1998년 7989달러로 추락했고, 5년 뒤인 2003년에야 1만4151달러로 제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2만달러 달성 때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6년 2만795달러로 2만달러대에 안착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9년 1만8256달러로 뒷걸음질했다. 2만에서 3만달러 도달에 12년씩 소요됐는데, 이는 9년가량씩인 미국·프랑스·영국·독일·일본·이탈리아 등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천만명 이상) 국가들 평균보다 30%쯤 길다. 　3만 달러 문턱을 넘어선 지금도 불안은 여전하다. 1만달러, 2만달러 고개를 넘은 직후 아시아 금융위기(IMF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바 있는 우리가 공교롭게도 3만달러를 달성한 현재도 중국 등 신흥국발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불안 속에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대목이 있다. 1인당 국민 소득 3만 달러에 진입했다고 해서 국민들의 실제 소득이 3만 달러라는 의미는 아니다. 국민 소득이라는 것이 가계가 벌어들인 것, 기업이 벌어들인 돈, 정부가 벌어들인 돈 모두 합한 것인데 정부와 기업은 소득이 늘었지만 가계는 평균 이하의 소득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대기업의 수출이 늘어났다는 것은 차제에 치더라도, 정부의 세수가 예상 외로 지난해 25조 원 이상 더 걷힌 것도 반영됐으니 국민들이 느끼는 3만달러와는 차이가 있다. 　3만달러 달성하는 것 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소득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으로 국민 생활에까지 이어지도록. 즉 윗목만 따뜻한 게 아니고 아랫목까지도 따뜻해지도록 이불을 나눌 수 있는 성장으로까지 연계시켜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3만불 시대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위정자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