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소 하청 노동자 한 사람의 죽음으로 국회에서 `김용균`법이 발의 되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노동은 노동일뿐인데, 정규직 노동자는 무엇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엇일까? 미국 이민 초기,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너간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당시 유럽에서 기득권들이 과연 위대한 개척정신으로 그 사나운 바다를 가로질러 알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갔다고 생각들을 하시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럽사회의 비기득권(非旣得權) 내지 도피자(逃避者)들이 새로운 살길을 찾아 도착한 곳이 바로 그곳이었으며, 그들이 그 신대륙에서 벌인 원주민들과의 살육전은, 이제 그들의 시각(視覺)에서 만들어진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역사가 되어버렸다. 원주민에 대한 인종청소를 대충 마무리한 이민자(移民者)들은 미국 개척을 위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제는 이민이 아닌 아프리카 대륙에서 산채로 사냥해온 흑인들을 노예로 삼아 그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니까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은 그들이 그 땅의 주인이 되고, 빼앗은 그 땅을 지키고 일구기 위해 다시 타인의 삶과 영혼까지 송두리째 빼앗아 오늘을 이룬 나라가 바로 미국이 아니던가? 그들이 지금 와서 다른 나라의 인권을 얘기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메리카의 새로운 기득권이 된 백인들의 품위 있는 정규적 삶을 위해, 예속된 흑인들에게는 가축과 다름없는 비정규적 삶이 당연시 되었다. 백인과 흑인 사이에는 신분을 가릴 증명서 같은 것도 따로 필요치가 않았다. 왜냐하면 피부색이 바로 신분을 구분해 주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사회는 어떤가? 우리 사회 역시 기득권과 비기득권이 존재하지만, 모두 피부색이 동일하여 구분이 쉽지 않다. 따라서 기득권들은 신분을 구분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을 것이다.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이 독립국임을 선언하노라`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은, 빼앗긴 땅에서 빼앗은 자가 기득권이며 빼앗긴 자가 비기득권임을 경험했기에, 모든 사람은 법앞에 평등하고, 아무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천명한 헌법을 만든 게 아닐까? 그러나 기득권들에게 그런 헌법은 대단히 거추장스러운 것이었고, 어떻게든 차별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다른 방편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이 땅에 오래전부터 동일한 조상을 가진 배달민족이라, 피부색으로는 구분되지 않으니까 사상적 색깔을 입혀 구분해 보기도 하고, 스펙 같은 것으로도 구분해 보았고, 드디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구분을 또 만들게 된다. 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구분은 비단 노동계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며 사회 각 분야에 `갑`과 `을`이라는 형태로 나타나, 이제 우리사회는 기득권에 해당하는 정규 인생과 비기득권에 해당하는 비정규 인생이라는 삶의 방식 자체 구분이 만들어 지고, 암암리에 새로운 카스트(caste)가 고착된 것으로 보여 진다. 왜냐하면, 동일 공간에서 동일한 노동을 해도 신분에 따라 지급되는 급여가 다를 뿐만 아니라, 권리도 다르다. 그리고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조차 신분에 따라 전혀 적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富)의 대물림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분까지 고스란히 세습되는 음서제(蔭敍制)까지 작동되고 있다는 증거는 누구 말처럼 차고 넘친다.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간 것은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정권교체를 위함이 아니라 아마도 새로운 질서를 희망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정의와 불의의 기준이 분명한 사회, 그리고 아무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이 준수되며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해지는 그런 세상을 원했던 게 아닌가 그 말이다. 불과 24세의 꽃다운 청춘이,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두운 작업장에서 홀로 비참한 죽음을 당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상적인 사고일 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모든 분들에게 갑자기 묻고 싶어졌다. "당신은 정규직입니까? 아니면 비정규직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