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통령 취임이후 남북, 미북간에는 다섯차례의 정상회담이 열렸으나 기대에 들떴던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는 이번 하노이 회담을 마지막으로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문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간의 첫 남북정상회담은 안개 처럼 피어오른 평화에 대한 환상과는 달리 당시 채택한 판문점선언에서도 이미 이같은 좌절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 그 때로서는 북한의 잇따른 핵과 미사일의 실험과 도발에 미국이 전쟁불사의 의지를 밝히면서 전쟁공포가 엄습했던 분위기에서 안도의 숨구멍을 틔운 것은 사실이다. 그 때 이후로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없는 것은 성과라면 성과일 수 있다. 그러나 판문점선언이 북한핵문제에 대한 잘못된 첫 단추를 끼웠기 때문에 이번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이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당시 판문점회담은 긴급현안인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이나 합의 보다 남북관계의 개선발전, 남북관계의 군사적 긴장완화, 한반도평화체제구축 등을 우선시함으로써 문제해결의 선후를 바꾼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북핵과 관련해서는 판문점선언의 마지막 항에서"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목표를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고 했다. 이 선언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의 문제가 한반도 핵문제로 바뀜으로써 핵개발에 따른 가해측과 피해측을 혼동하게 만들었다. 그같은 논리로 북한이 자기 지역내의 핵을 없애야한다는 직접적인 약속이나 다짐을 피하면서 한반도비핵화 실현을 공동 목표로 확인한다는 수준으로 애매한 합의를 이루었던 것이다. 이같이 북핵에 대한 혼동된 개념의 합의를 하면서도 북측은 자신들이 취하고 있는 조치들의 의의를 중대한 조치로 인식하는데 우리측도 동의했다고 했다. 이미 전문가들이 거둡 밝힌 바 대로 북한 비핵화는 북한의 핵을 걷어내는 것이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핵이 없는 대한민국을 보호하기 위한 동맹국의 핵우산마저 없애라는 것이다. 그럴 경우 북한은 주한미군철수, 한미동맹해체, 미군의 전략자산한반도전개 중단 등을 주장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뿐아니라 동북아지역 안보균형의 파괴를 불러올 가능성으로 인해 한국의 안보위험은 키울 수 있는 조치이다. 2017년 우리의 군사주권으로 성주군에 사드배치를 했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이를 실증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에 담긴 문대통령의 북한 핵문제에 대한 인식이 북한 김정은과 이 지점에서 공유되고 있다면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않는 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동맹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같다. 그래서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의 전면적 폐기를 요구한 미국과 부분적 핵시설폐기의 상응조치로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한 북한과의 입장차이로 결렬된 하노이 회담은 한미동맹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 회담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선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논란을 빚었으나 뚜껑을 열고보니 그와 정반대였던 것은 북한은 물론 문대통령의 북핵인식에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대통령은 미북회담결렬후 북핵 인식에 대한 검토나 변화없이 미국과 북한에 대한 소통과 협력으로 완전한 타결을 성사시키겠다고 한 것은 충분한 믿음이 가지않는다. 더욱이 미국이 경제제재 해제를 거부하는 데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재개를 협의하겠다는 나선 문대통령의 북핵관련 인식이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