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시(Bush) 대통령이, 항공기태러 사건 후에 이라크를 포함하는 세계 `악의 축` 제거를 주장한 바 있고, 전쟁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식 패권주의를 비꼬아 부시즘(Bushism)이라고도 했다. 그와 같이 강자는 힘으로 약자를 제압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약자들은 여간해서 강자와의 싸움을 꺼려하는 것도 인지상정일 터이다. 때문에 약자들은 강자의 지배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이며, 강자는 약자들의 그러한 약점을 놓치는 법이 없다. 단 한 발의 실탄이 장전된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나머지 99명을 제압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에게 함부로 맞서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은 군중 속에서 단 한 사람만 확실히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될테니까… 상위 10 퍼센트의 사람들이 모든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엊그제의 일이었다. 다시 상위 5 퍼센트의 사람들이 이 세상을 지배한다. 그것 역시 어제의 일이었다. 이제는 단지 1 퍼센트의 사람들이 그들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종신 징역형으로도 부족할 중 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 막강한 금력(金力)을 이용하여 오히려 국가권력과 법을 농락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요즘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군중 속에서 뛰쳐나가 총을 든 사람 앞에 맞설 사람은 누구인가? 누구인가는 그 단 한 발의 실탄을 소모하게 만들어야 군중이 그를 제압할 수 있을 탠데 말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이 있듯이 권력은 한시적이지만, 부(富)는 대를 이어 세습된다. 영원한 부의 세습을 꿈꾸는 그들의 왕국은 어떤 모습이 될까? 모든 사람들이 소위 상위 1 퍼센트 그룹에 편입되기 위해 미쳐 날뛰고 있지만, 이제 상위 기득권은 단지 0.1 퍼센트만을 위한 또 다른 세상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게 과연 사람 사는 세상일까? 질적인 경쟁은 없고, 오직 1 퍼센트를 향한 순위 경쟁만 있는 사회, 그러나 아무리 큰 것도 더 큰 것에 비하면 작은 것이며, 아무리 작은 것도 더 작은 것에 비하면 큰 것이 아닌가? 아내는 자신의 남편을 다른 남편들과 비교한다. 자식도 부모를 다른 부모와 비교한다. 자신의 재산을 타인의 재산과 비교하며, 심지어 승용차의 배기량과 차종을 비교하기도 한다. 학력을 비교하며 지위를 비교하고, 외모를 비교한다. 그 모든 것을 비교하고 순위를 정하는 사회, 누가 이런 지옥을 만들어 놓았을까? 축구 경기장에서 모두가 골을 넣겠다고 앞으로만 뛰어나가면 골문은 누가 지킬 것인가? 1등은 있어도 승리 없는 경기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모르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비교당하며 무한경쟁 지옥 속에 던져지는 우리 아이들이 측은하지 아니한가? 이제야말로 승자 없는 이 지옥의 레이싱을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의 부당 소득은 누군가의 억울한 손해를 의미한다. 백주에 날강도 행각이 벌어져도 모두가 침묵하는 사회, 이웃집에 강도가 들어도 자기 집 현관문만 단속하는 사회, 타인의 불행이 자신의 행복과 비교되는 사회, 이게 사람 사는 사회이며, 이게 나라냐? 라는 소리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모두가 그 한 발의 총알이 장전된 총을 두려워 말고 한꺼번에 달려들어 불의(不義)를 제압해야 할 것이다. 선(善)과 악(惡)의 싸움은 인류 역사 이래 진행되어온 것이지만,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악이 선을 지배하려드는 시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악의 축`이 문제가 아닌 악이 축인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