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가 경주를 사랑하는 것은 신라 일천년의 역사와 역사가 간직한 문화 조선왕조 오백년의 숨결이 한 호흡 정지된 도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나 그보다 삼국통일을 한 선조들과 화랑의 얼을 존경하였고, 국가 위기 때마다 생명을 초개(草芥)같이 버리는 호국정신의 산실이었기에 지금까지 경주에 머물면서, 나름대로 화랑의 싹을 키워 경주의 옛 영광을 다시 찾아 조국통일의 배양토로 만들기에 노력해 왔다. 경주(慶州)란 이름이 경상도의 시발점이 된 것이지만 별로 영광스러운 이름은 아니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 56대 경순왕이 기울어져가는 국운을 바로잡지 못하고 스스로 고려 태조 왕건에게 통일한 3국을 바침으로 고려로부터 얻은 이름이 경주다. 자주정신과 독립정신, 화랑의 얼과 사군이충(事君以忠)의 호국정신이 무너져 내리고 임전무퇴(臨戰無退)와 사친이효(事親以孝), 교우이신(交友以信), 살생유택(殺生有擇)의 화랑오계도 토함산의 한(恨) 메아리 돼 지금도 귀에 찡하고, 마의태자의 절규는 오늘도 금오산을 울리고 있다. 경주시의 예산은 1조 수천억원이다. 이 중 문화재의 발굴이나 복원 보호에 많은 예산이 편성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간에 1천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나면 문화유산이 경주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다. 부여의 궁궐을 보라! 복원인지 재현인지는 알 수 없지만 120여년의 수도가 992년의 수도를 뛰어넘고 있다. 정치권 따라 널뛰는 문화재 예산편성의 치사한 이야기는 관두기로하자. 흔히들 `(사)대한민국통일건국회`를 보수단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역사를 보면 민주당의 뿌리를 한 이철승, 이기택 선생도 건국회 출신이다. 하도 말이 많아 2017년에 `(사)대한민국통일건국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통일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통일을 붙이고, 보수나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함께 어울려 통일 꿈나무들을 가꾸어가고 있는 단체다. 2017년과 2018년에 중고등학생 160명에게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판문점 등 전방견학을 시켜 우리 국가안보의 현실을 눈으로 직접 보이려고, 경주시에 예산 1500만원(우리 예산 1000만 별도)를 신청했다. 이렇다 저렇다는 말 한마디 없이 무산돼 신청한 측의 궁금증만 더한 것이 행정의 실상이었다. 2018년도는 원자력산업의 황혼기와 전반적 경기침체를 맞아 경주시 예산규모가 상당하게 줄어들 것을 감안하여 2019년도 중고생 40여명을 대상으로 300만원(우리측 200만원)을 반영토록 협조를 구했다. 새로운 시 집행부는 경주가 삼국통일의 주역이고, 화랑정신이 살아있는 곳이기 때문에 남북통일의 민족정신은 경주에서 출발해야 된다면서 흔쾌하게 받아드렸지만 최종 심의위원회에서 삭감해버렸다. 필자는 먼저 심의위원회의 혜안과 안목에 감사를 드린다. 덕택에 우리 예산도 150만원이 절감될 수 있고, 판문점이나 전방견학을 위한 스케줄 잡기의 불편함을 들어 주어서다. 매년 10월이면 통일전에서 거행하는 통일대제 행사에 경주인이 참석하는 목적과 시대정신이 무엇이며, 왜 경주시 주관행사가 도 행사로 격상되고, 앞으로 국가행사로 거행되어야 하는지를, 화랑의 얼과 정신과 그 기백이 살아 있는 경주가 남북통일의 모태가 되어야 하는가를, 배움이 부족한 필자도 300만원의 가치도 없는 화랑의 꿈이 무산된 몽매(蒙昧)함에 하늘을 쳐다보며 탄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