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너무 바빠엄마를 새로 주문했다그리하여 엄마 2호엄마 1호는 열심히 회사 다니고집에 오면 열심히 잠을 잔다내가 너무 바빠 아들을 새로 주문 했다그리하여 아들 2호나는 열심히 학교 다니고집에 오면 열심히 숙제하다 잠에 든다우리가 이러는 동안엄마 2호 아들 2호는 집에 남아같이 밥도 먹고 소소한 대화도 나눈다가끔은 산책을 가기도 한다그리하여 우리 몫까지열심히 가족이 된다진짜 가족이 된다.- 김성진 `가족 버전 2` 2019년, 금년도 신춘문예(한국일보) `동시` 당선작품이다. 내용이 단순해도 인식의 깊이가 있다.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진정한 `가족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이 땅의 부모들은 지금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며 살고 있는가? 어른도 아이도 한번 뒤돌아보게 하는 시다. 우선 기발한 상상력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사로잡는다. "1호 엄마. 2호 엄마. 1호 아들, 2호 아들"의 설정은 현실에선 볼 수 없다. 허구로 짠 가족관계 설정이 이 시의 매력이다. "엄마(1호)가 너무 바빠/ 엄마(2호)를 새로 주문"했단다. 엄마가 물건으로 기호화, 비유되고 있다. `1호 엄마`는 열심히 회사 다니고 바쁘게 살다보니까 늘 피곤하다. 그래서 집에 오면 열씸히! 잠만 잔다.(이게 우리의 가혹한 현실이닷!)  "나는 너무 바빠 내가 아들을 새로 주문한다" 즉 아들2호다. 1호 아들은 열심히 학교와 영수 학원, 태권도 학원, 피아노 학원 컴퓨터 학원을 바쁘게 들락거리다가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숙제하다가 그만 잠에 떨어진다. 기계적인 삶의 노예가 된 불쌍한 우리 1호, 아이들 모습이다. "우리가 이러는 동안 새로 주문한 엄마2호 아들2호는, 집에 남아서 같이 밥도 먹고, 소소한 대화도 나누고, 가끔 산책을 가기도 한다" 이 풍경이야말로 진짜 가족의 모습이 아닌가! (역설적으로) 대화가 없는 쓸쓸한 가족, 밥상머리 교육기회도 없는 밍밍한 가족, 삶의 향기가 사라진, 유령 같은 삶을 사는 가족들 풍경은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마음이 무겁다. 자기만의 목소리가 있는 시. 시상전개가 자연스런 동시, 지금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나의 가족, 우리의 가족을 아프게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