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은 스스로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라 자만하지만, 내가 보기엔 인간만큼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동물은 없을 것 같다.  자연계는 지극히 합리적인 룰(Rule)로 운행되고 있지만, 유독 인간만이 그 알량한 지능으로 잔머리를 굴리면서 섭리(攝理)를 거스르는 행동들을 하고 있지 아니한가? 대체 어떤 동물들이 인간처럼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말인가? 과학자들에 의하면,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들은 특정한 뇌세포 이외 거의 대부분의 세포들이 계속 클론(Clone)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면서 생명이 유지되지만, 세포의 클론 과정 속에서도 완전히 동일한 대체과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설계함으로써 노화과정을 따로 만들어 둔 의도는 무엇일까?  만일 우리 몸을 이루는 각 기관의 세포들이 새롭게 대체되는 과정에서, 사멸되는 세포와 새로 생성된 세포가 완전히 동일하다면 우리 몸 전체의 노화는 당연히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몸은 꾸준히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면서도 여전히 노화가 진행되는 이유, 그 비밀을 밝히고 또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이 언젠가는 종교가 아닌 과학의 힘으로 영생(永生)의 꿈을 실현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생이 과연 인간에게 축복일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왜냐하면 불과 백 년의 삶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일찍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인데, 모든 생명체들은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한 생명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모든 활동에는 피로라는 현상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그리 길어 보이지도 않는 그 삶에 지쳐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까? 컴퓨터를 새로 구입했을 때는 성능이 우수하다. 그런데 그 성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업그레이드 과정이 필요해진다. 그러나 나중엔 업그레이드 비용이 새로운 컴퓨터를 구매하는 비용을 앞지르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되는데, 그 때 우리는 낡은 컴퓨터를 버리고 새로운 컴퓨터를 구입하게 되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자연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처음엔 우리 몸속의 낡은 세포들이 새로운 세포들로 대체되는 과정을 활발히 진행하면서 생체활동을 지속하지만, 어느 단계가 되면 아예 낡은 몸을 버리고 새로운 몸을 취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개개인의 정체성이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되지만, 자연은 한 개체(個體)의 정체성(正體性) 유지 보다는 종(種)의 보존이 더 중요할 뿐이었다.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고, 때문에 나는 인간의 사고(思考)가 합리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단히 이기적인 존재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이야말로 만악(萬惡)의 근원이며, 가장 불합리한 행동을 합리화 하려는 불합리함을 가진 모순된 지성을 가지게 한다.  진리는 성경이나 불경 혹은 코란(Koran) 속에 있는 것이 아니며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는 것으로 족하다. 시간은 시작 없는 시작에서 끝없는 끝을 향해 오로지 정방향으로만 흐르도록 설계된 것인데, 시간을 멈추게 하거나 역방향으로 돌릴 방도는 없다.  해가 바뀌면 모두가 새로운 각오를 다지겠지만, 해마다 반복되어온 각오일 뿐, 스스로의 모순을 보지 못하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의 일생에 해당하는 시간만큼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논쟁하고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꾀해 왔지만, 업그레이드의 한계를 보지 않았는가? 이제야말로 낡은 몸을 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거듭나 민주주의라는 훌륭한 종(種)의 보존을 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