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책을 읽다 말고 한숨을 쉬었다. 앨리슨 셰이퍼가 쓴 `좋은 엄마의 두 얼굴`이라는 책이었다. 그녀가 오늘밤 육아 도서를 손에 든 것은 양육의 어려움이 그만큼 한계에 달했다는 뜻이었다. 저자는 `아들러의 반전 육아법`을 도입하여 `좋은 엄마`의 가면을 벗으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알프레드 아들러`라는 이름을 속삭이듯 읊조렸다. 프로이트의 초기 제자였던 아들러는 성충동을 신경증의 원인으로 본 프로이트의 이론을 부정했다. 그는 자아의 욕구나 성격 경향이 신경증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가 과거에 원인을 두었지만 아들러는 인간 행동의 목적성을 중시했고 실현불가능한 목표 때문에 신경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함으로 스승과 결별했다. 　아들러 심리학을 기반으로 쓴`미움 받을 용기`를 읽고 열등감에서 벗어난 그녀에게 아들러라는 이름은 그리스도 다음으로 귀한 존재였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아 양육하면서 엄마로서 감당해야 할 현실에 넌더리를 내기 시작했고 차츰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세상 밖으로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울고불고 한바탕 전쟁을 치룬 후 아이 둘을 씻겨 재우고 나니 12시가 지났다. 다섯 살 먹은 딸애가 어찌나 속을 끓이는지 온갖 방법을 다 써서 훈육을 해봤지만 감당할 길이 없었다. 아이의 고집을 꺾기 위해 한 돌이 지나고부터 매를 든 것이 잘못이었을까. 　지나고 보니 그때는 아이의 심리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한 시간 이상 고집을 부리며 울면, 아이의 기를 꺾어 부모의 권위를 살리고 싶었던 게 그때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부모가 지면 지도력을 잃을 것 같았다. 솔직히 딸아이가 어른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 앉아 줄다리기를 즐기는 것 같아 분노가 일었다. 그것이 힘겨루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왜 자신의 아이는 다른 아이처럼 식당에서 조용히 하지 않으며, 엄마 말은 왜 씨알이 먹히지 않는지, 아침마다 어린이 집에 보내기가 어찌 그렇게도 힘든지, 잠을 깨우려고 틀어준 텔레비전을 못 보게 한다고 아침부터 와락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달래는데 진땀이 흐른다. 그 와중에 둘째가 갈팡질팡 걸어가며 부딪혀 울고 바닥에 떨어진 뭔가를 주워 먹는다. 밤을 새우며 작업을 한 남편의 단잠을 깨울 수 없어 아이에게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만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매를 맞고, 장사에 지친 어머니의 관심 밖에서 자란 그녀는 부모가 자주 다투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어머니의 사랑이 목말랐던 그녀는 결혼 생활에 환상을 키우며 가족에게 헌신해왔다. 그런데 지금, 결혼 생활이 즐거운가? 그녀는 스스로 묻는다. 왜 즐겁지 않을까? 저자 앨리슨 셰이퍼는 스스로를 아끼고 돌보지 않아서라며 희생과 완벽의 `좋은 엄마` 가면을 벗으라고 한다.　1. 당신이라면 지금의 자신과 같은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겠는가? 　2. 엄마가 최고로 행복할 때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준다는 것을 믿는가? 　3. 정말로 할 일이 꽉 차 있어서, 돈을 아끼느라, 자신의 행복을 관리할 여유가 없는가?　4. 가정의 분위기는 부모의 몫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 것을 인정하는가?　5. 나는 매사에 통제하는 엄마일까? 통제는 힘겨루기를 유발한다. 힘에 굶주린 아이 주변에는 반드시 힘에 굶주린 어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가? 　그녀는 대답했다. 1번 NO, 2번 YES, 3번 NO, 4번 YES, 5번 YES, YES. 　그녀의 응답은 최상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녀는 이제 `좋은 엄마`의 가면을 벗고 `행복한 나`의 눈으로 큰아이의 문제행동을 이해하려 한다.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해서 얻으려는 것은 관심, 권력(힘), 보복, 회피로 요약됨을 알았다. 아이는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에게 쏠릴 때에만 자신이 중요한 존재가 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본성이다. 또 아이는 무력감을 느낄 때 권한(힘)을 갖고 싶다는 것을 행동으로 말한다.  　긍정적인 권한의 체험을 갖게 해줘야 한다. 보복은 자신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보여 주려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해주고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회피는 아이가 느끼는 가장 심각한 수준의 좌절을 드러낸다. 아이는 `두 손 들었어!` 하고 부모가 포기할 때까지 완벽하게 무능함을 연기한다. 자신에게 기대하지 않으면 모든 부담이 사라질 테니까. 무능한 존재, 무가치한 존재로 전락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씨앗에서 처음 싹이 흙을 뚫고 나올 때, 미숙하고 덜 자랐다며 새싹을 책망하지 않는다. 봉오리가 맺힌 것을 보고 피어나지 못했다며 비난하지 않는다. 우리는 씨앗이 자라나는 과정을 경이롭게 지켜보며 한 단계 한 단계 자랄 때마다 필요한 것을 모두 내어준다. - 갤러웨이 　하물며 귀여운 자식이랴! 그녀는 고작 두 번째 가면을 읽었을 뿐으로 박하사탕을 먹은 느낌이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을 위하여 여덟 번째 가면까지 읽을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