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패싱`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최근 들어 경북도와 경북지역 지자체들이 간절히 추구하던 사업들이 축소되거나 물거품이 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한 중앙언론의 보도는 경북도와 경주시를 깜짝 놀라게 했다.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가 울산과 부산의 접경지역으로 내정됐다는 내용이다. 원해연은 경주시와 경북도가 수년째 유치에 공들여왔던 숙원사업이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즉각 산업통상부에 보도내용에 대해 문의하자 산업부는 입지 등에 대해 검토중일 뿐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무언가 심상찮아 보인다. 　보도내용이 구체적일 뿐 아니라 원해연의 정문 위치를 두고 울산시와 부산시간에 막바지 협의중이라고 하니 산업부의 해명에도 불구 결론이 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경북도민들과 경주시민들은 원해연은 마땅히 경주로 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가동 중인 국내원전 23기중 11기가 경주와 울진에 있고 더구나 원전 운영기관인 한수원 본사와 방폐물처분시설인 환경공단이 있는 경주로 원해연이 오는 것이 명분상 타당하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달 입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만약 보도대로 울산과 부산의 접경지역으로 원해연이 간다면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반발할 것이다. 　부산과 울산은 광역 단체장이 여당 소속 인데다 부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경북도민들과 경주시민들은 아무리 심사과정이 공정했다 주장해도 이런 정치적 배경을 알기에 쉽게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런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게 심사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오로지 객관적 사실만 가지고 입지선정을 해야 할 것이다. 　경북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역이다. 월성1호기는 우여곡절 끝에 수명연장을 했는데도 불구 지난해 6월 가동 중지된 상태다. 수 천억원을 들여 부품을 교체하고 설비를 정비해 안전상 이상이 없다는 원안위의 판정을 받고 가동에 들어갔는데 한수원은 어느날 갑자기 이사회를 열어 가동중단을 결정했다. 한수원 노조는 2022년까지 4년이나 수명이 남은 멀쩡한 원전을 가동 중지한 데 대해 반발하며 소송 등 법적 대응을 벌이고 있다. 　울진은 설계 중인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언제 착공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울진군민들은 청와대 앞까지 찾아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정부가 언제 건설하겠다는 확실한 대답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영덕도 마찬가지다. 천지원전 1,2호기 건설이 무산되면서 지역민의 상실감이 적지 않다. 정부 에너지 전환정책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이런 경북의 민심을 달랠 획기적 지원책이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기 때문에 원해연과 원전안전연구센터는 반드시 경북으로 와야 한다. 　원해연 외에 경북도와 구미시가 사활을 걸고 유치운동을 벌이는 SK하이닉스마저 경기도 용인이 후보지 중 가장 유력하다는 보도다. 침체일로인 구미경제를 살릴 원동력으로 생각했던 SK하이닉스마저 결국 수도권으로 입지가 결정된다면 그 충격은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천~거제를 연결하는 남부내륙고속철도 사업마저 통과구간인 경북에는 출발점인 김천을 빼곤 역사가 한곳도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경남은 역사가 4~5곳이 예정된 것과 비교하면 경북은 고속철 통과로 얻는 게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주군이 성주에 고속철 역사설치를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북패싱`은 정부 정책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의미한다. 더는 경북패싱이라는 말이 들리지 않도록 경북지역 현안사업에 대한 정부의 각별한 관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