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윤금순(82세) ，`눈`　　해당화 싹이 졌다가　봄이 오면 새싹이 다시 펴서　꽃이 피건만　한번 가신 부모님은　다시 돌아오지 않네　달이 밝기도 하다　저기 저 달은 우리 부모님 계신 곳도 　비춰주겠지　우리 부모님 계신 곳에 해당화도　피어 있겠지　 -양양금(72세)`해당화`　 　며칠 전 `세계일보`에서 읽은 할매 시인들의 시다. `이종은` 젊은 감독이 만든 다큐 영화 `시인 할매`에 나오는 시다.  　60, 70대 할머니들이 뒤늦게 글공부를 하면서 모질게 살아 온 자신들의 삶을 솔직하게 마음으로 풀어 낸 가슴 따뜻해지는 시다. 할머니들의 지난 날 아프게 견뎌 온 삶 자체가 한편의 시가 아닌가.  　시 `눈`은 우리들 가슴을 적시며 내리는 눈처럼 `사박사박` 위로해준다.  　"내가 걸어가는 내 머리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얼핏 보면 상투적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잘 살았다" " 잘 견뎠다" 위로하며 사박사박 눈이 내린다. 세월을 거스르지 않고, 슬픔과 고통도 잘 견디며 수용해 간 어르신들의 연륜이 묻어나는 표현이다. 　시 `해당화`도 아름답다. 당연한 말 같지만 단순한 말이 아니다. 떠나가신 부모님이 가신 곳은 어딜까? 그 곳은 몇 억 광년이나 먼 우주일까? 그 먼 곳에도 달빛은 비치고 봄이면 해당화도 매화꽃도 상사화도 피는 곳일까?  　요즘 100세시대가 되면서 어르신들의 팍팍한 삶에 대한 관심이 자꾸 늘어 가는 추세다. 오래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도 나왔고 ,`시인 할매`와 비슷한 다큐영화 `칠곡 가시나들`도 곧 개봉될 모양이다. 심금을 울리는 시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 가까이 소소한 일상 속에 시가 있다. 한편의 시는 뜻과 이미지이면서도, 뜻과 이미지를 넘어서는 시적 울림이 있어야 한다.  　요즘은 시에도 말이 너무 많고, 언어와 수사가 과잉된 시대다, 독자들은 짧지만 강렬하고, 솔직한 시에 매력을 느낀다. 기성시인이 아닌 평범한 할머니들의 삶속에서 우러나오는 고유한 자기 목소리를 지닌 시가 오히려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