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의 현직 도지사가 법정구속 되더니 전직 도지사가 또 법정구속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현직 도지사 한 사람은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해야 할까?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 구속된 후, 하필 굵직한 정치인들이, 그것도 힘 있는 여당 정치인들이 줄 구속되는 것을 보며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터이다.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죄가 있으면 처벌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과거에도 법원이 이와 같이 추상같은 법집행을 해왔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인 것 같다. 그러니까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누가 보더라도 중범죄 혐의가 짙은 사건에 대해서도, 도주의 우려가 없다거나 사회에 미칠 파장 등의 이유를 들어 번번이 구속영장이 기각되는가 하면, 기소 후에도 무슨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거나, 증거 불충분 등의 모호한 사유를 들어 쉬 납득되지 않는 무죄 선고가 내려진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명백히 유죄가 입증되어도, 실제로는 집행유예로 처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근래에 이례적으로 보이는 큰 정치인에 대한 법정구속이 연이어 지면서, 법이 과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권력의 역학 관계에 의한 사법권 남용인지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겠다. 그런데 법정에서의 유죄와 무죄의 차이는 50점과 100점의 차이가 아니라 0점과 100점의 차이, 즉 천국과 지옥만큼이나 큰 차이이기 때문에, 1심 무죄가 2심에서 유죄가 되고, 2심 유죄가 3심에서 무죄가 되는 등 법관에 따라 극과 극을 오락가락하는 판결을 놓고, 일반 국민들이 법집행의 공정성과 법관들의 자질마저 의심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거나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법도 사람이 만든 것이고, 법해석도 사람이 하고, 법집행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만에 하나 오심(誤審)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3심제를 채택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유독 정치인이나 재벌 등 힘 있는 사람들의 재판은 1심과 2심의 형량이 크게 요동치고, 아예 유. 무죄라는 전혀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사례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결과를 놓고, 현직 대법원장이 국민들을 향해 `법관의 판단을 존중해야한다`라고 말했다는데, 국민들이 법관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를 몰라서일까? 그 엄혹했던 시절, 법정 최고형에 해당하는 종신징역 내지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람들이 수 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야 무죄로 밝혀 진 것은 단순한 오심(誤審)이었는지? 아니면 인지된 사법범죄였는지를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수감되긴 했지만, 물론 아직 형(刑)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만일 재판거래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일 개인의 범죄 수준이 아니라, 한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중대한 국기 문란 사건이 아닐 수 없고, 국민들의 입장에서 사법부의 존립 근거 자체를 다시 재고해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따라서 사법부의 수장이 지금 국민들을 향해 `법원 결정 존중`을 얘기할 때는 아니라 생각되며, 이토록 큰 불신의 원인을 제공한 쪽에서 좀 더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법리를 제시함이 옳을 것이다. 　법은 특정한 집단만의 편의나 권력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국가라는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합의한 것이다. 그런데 깨져버린 합의는 합의일 수 없기에, 약속을 깬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일방적인 약속 지키기를 말할 명분이 있는가? 여기서, 또 법관이 다 부도덕한 것은 아니라 변소(辨騷)할는지 모르지만, 음식에 소금이 조금 들어갔거나 많이 들어간 것은 미각상의 문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앞에 놓인 국그릇에 똥이 조금 들어가 있든 많이 들어가 있든, 똥이 섞인 국물을 먹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즉, 이미 오염된 음식은 모두 한꺼번에 버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항상 특별한 존재이기를 원했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법관도 사람이고, 직업인이라는 말은 하지 말라. 우리 사회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 자부했고 또 인정했던 사람들이기에, 사법농단 범죄에 있어 본인이 직접 가담하지 않았을망정, 묵인 방조한 혐의조차 결코 가볍지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