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끝에 정 난다`는 말이 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이웃들과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는 풍습을 간직해왔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이사를 오면 이웃집에 떡을 돌리며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음식을 앞에 두고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딱딱함에서 벗어나 좀 더 편하게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우리만의 회식 문화도 이런 문화적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직 속의 딱딱한 상하관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술과 음식을 함께 먹으며 상사와 동료를 좀 더 인간적으로 알 수있는 기회를 회식 자리는 제공한다. 　물론 그런 회식 문화도 이제 신세대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한다. 2, 3차로 이어지는 과거 회식 문화에는 문제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대부분 1차로 끝내고 음주문화도 바뀌면서 술을 강권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단다. 그러나 회사 동료들끼리는 어디에서든 얼굴을 마주보면 밥을 같이 먹는 것은 동료애를 확인할 뿐 아니라 단합에도 도움이 된다. 일반인들도 이럴진대 누군가 잘 나가는 정치인과 밥 한 그릇 같이한다면 그 사람에겐 잊지 못할 일로 기억될 것이다.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칼국수를 좋아했다. 청와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칼국수를 각계인사들과 함께 즐겁게 먹던 장면들이 TV로 방영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통령과 칼국수를 같이 먹는다는 것은 아무나 꿈꿀 수 없다. 　칼국수가 비싼 음식은 아니더라도 청와대에 초청돼 대통령과 더불어 칼국수를 먹는다는 것은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임기 말 IMF로 나라에 큰 어려움을 주었지만 그의 `칼국수 정치`는 여전히 회자되는 대목이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정치인들에게 식사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것 같다. 식사가 곧 정치와 연결되기에 `식사 정치`란 말이 있을 정도다.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함께하며 가감 없이 시중의 여론을 듣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필자는 국정 운영은 전문성을 갖춘 장관과 참모들에게 맡기고 하루 세끼 모두 외부인사들을 초청해 식사만 해도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음식 끝에 정 나오듯 이렇게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음식을 나누는 데 대통령을 비난하고 싫어할 사람이 있겠는가 말이다. 　최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혼밥` 이야기가 나와 정치권의 논란이 됐다. 혼밥은 말 그대로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의 `혼밥`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 말 경 문재인 대통령과 전·현직 국회의장간 오찬에 참석했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문 대통령에게 `혼밥 하시냐`고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는 말이 나오면서부터다. 문 의장의 질문에 대통령의 반응은 목을 젖히며 껄껄껄 웃었다고 한다. 　문 의장은 대통령에게 `야당을 포함해 각계각층과 식사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은 최근 대통령 취임 후 식사 회동은 지난 600일 동안 1800끼니 가운데 100회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비공식적인 자리가 많다`고 해명하며 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직 국회의장과 야당이 이런 질문과 주장을 하는 데 대해 청와대와 여권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 이것을 계기로 대통령이 야당을 포함 많은 사람들과 식사자리를 갖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 　여당 인사들과 자신과 마음 맞는 인사들만 초대하기보다 국정운영에 빼놓을 수 없는 야당 지도부나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음식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 간에 쌓였던 오해도 풀리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음식 끝에 정 난다`는 말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식사 정치` 행보가 더욱 활발해져 막힌 정국을 풀고 국민과 더욱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