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 하반기부터는 도련님, 아가씨라는 호칭을 들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여성가족부가 오는 22일까지 국민권익위원회 온라인 참여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성별에 따라 비대칭적인 가족호칭에 대한 국민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 결과에 따라 남편의 가족은 아버님, 어머님, 도련님, 아가씨, 시댁 등의 호칭을 사용하는 반면 아내의 가족은 장인어른, 장모님, 처남, 처제, 처가 등의 호칭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 여부와 대안 등이 제시 될 예정이다. 설 연휴인 지난 6일까지 진행 된 중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도련님·아가씨라는 호칭 대신 이름+씨, 즉 00씨라고 부르자는 의견이 52.9%를 차지해 별 이변이 없는 한 이러한 호칭으로 결정 날 가능성이 높다. 　설 연휴 오래간만에 모인 가족들이 이런 호칭 문제로 격론을 벌이는 가정이 한둘이 아니었다. "동훈(가명)씨,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설 연휴인 지난 4일. 남편의 사촌 동생을 `OO씨`라고 부르는 순간 주변의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미묘한 웃음과 어색한 표정이 함께 스쳐 갔다. 　시아버지는 어험! 어험! 헛기침 소리를 연거푸 냈고 시어머니는 `도련님이라고 부르라`며 당장 지적이 돌아왔다. 잠시 후 호칭 개선 움직임이 대화 주제로 오르자 바로 `격론`을 펼쳐졌다. 즐겁고 반가워야 할 자리가 금세 험악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일부에서 남성 중심적인 호칭이라며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자 여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 전문가와 함께 공청회를 진행한 뒤 상반기 중 개선 권고안을 낼 계획이다. 비록 권고안이라고는 하지만 만일 여가부가 발표한다면 이는 마치 정부가 결정한 사항인양 힘을 받아, 호칭 변경 안은 삽시간에 젊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퍼져 나갈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하지만 이런 가족 간의 호칭문제에까지 정부가 나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호칭문제는 가문에 따라 개인에 따라 나름대로의 전통이 있고 생각이 다른데 정부가 나서 반 강제한다면 가정의 평화는 깨지기 십상이다. 　호칭은 모든 예절의 기본이 된다. 호칭이 바르지 않고는 아무리 예절과 법도를 강조하고 효나 충을 강조해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제부터는 효와 예의, 그리고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을 어떻게 교육하고 강조할 것인지 생각한다면 이는 곧 `제 눈 제 찌르기`에 해당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호칭 논란은 새삼스럽게 가문과 전통, 양반가니 명문가니 하는 논쟁을 다시 불러 올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반듯한 집안과 콩가루 집안을 가늠하는 척도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전통 명문가나, 그렇다고 생각하는 가문과 가정은 더욱 호칭문제를 중시 할 것이고 평범한 가정은 `00씨`라고 변경된 호칭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수적으로는 후자가 많을 지도 모른다. 도련님과 아가씨라는 호칭은 촌수에 관한 호칭처럼 예전부터 쓰던 말인데, 바꾸자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설날을 전후해 불리한 정치적 이슈 대신 던져 주는 먹잇감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