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의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가 법정구속이 아닐까 싶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피의자는 실형 선고와 함께 바로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결과다. 그랬는데 그런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 된다면 당사자는 어떻게 될까. 보통사람이라면 얼굴은 사색이 되고 심리적으로 제 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고 말 것이다.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제 자리에 바로 서 있기도 힘들지 모른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대선 댓글 조작 공모혐의로 지난달 30일 징역 2년의 실형과 함께 법정구속 됐다. 댓글 조작 대가로 드루킹에 총영사직을 제안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함께 선고했다. 　이날 오전 재판에서 드루킹이 대선 댓글 조작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공모혐의 관계로 오후에 선고를 받게 될 김 지사에 대한 법원 판결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김 지사는 이날 법정에 들어가기 전 도정에 전념 할 수 있는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대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판결은 그런 기대와는 정반대로 나왔다. 내심 무죄를 기대했을지 모를 김 지사에게 법원은 법정구속이란 전혀 예상치 못한 상상하기 싫은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김 지사가 부인한 댓글 조작혐의가 인정되고 공직까지 제안한 것은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댓글 조작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고 댓글 조작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덧붙였다. 시연회는 없었고 킹크랩이 무엇인지도 몰랐다는 김 지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그래서 그런지 김 지사가 받은 판결 충격과 당혹감은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판결 후 구치소행 호송차에 오르는 김 지사의 일그러진 얼굴 표정은 법정구속의 충격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김 지사는 싸워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항소심에서 1심의 결과가 뒤집어 질 확률은 형사재판에서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어떻게 될지 모를 항소심에 앞서 김 지사의 법정구속 충격과 파장은 엄청나다. 김 지사는 문재인 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최측근 중 한 사람이다. 지난 대선 당시 수행대변인으로서 문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동행하며 당선에 일조했다. 김 지사는 특검의 조사를 받는데도 불구 경남지사에 출마, 당선되면서 여권 내 차기 대권후보로까지 부상했다. 　김 지사는 그동안 줄곧 대선 댓글 조작혐의를 부인했고 드루킹 일당과의 친분 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이 드루킹 일당의 진술 신빙성과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김 지사가 대선 댓글조작에 가담했다는 허익범 특검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하면서 상황은 엄청 달라졌다. 　당장 야권은 총공세다. 지사직부터 사퇴하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짜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대선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당 대표 후보들은 문 대통령이 김 지사의 댓글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밝히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여론을 조작해 대선 결과를 흔들어 놓은 대선 댓글 조작의 최대 피해자는 안철수 전 후보라며 김 지사의 즉각적인 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충격에 빠진 여당은 이번 판결을 사법농단 판사들의 보복판결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들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판결에 불복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재판 결과를 비난하면 할수록 야당의 공세만 더욱 거세지고 여론도 호의적이 아닐 수 있다. 　여당은 이번 판결에 따른 야당의 대선 부정 프레임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하지만 지난 대선의 정당성 문제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쉽게 누그러질 것 같지는 않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의 구속은 향후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큰 부담이다. 청와대는 판결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침묵 만 하고 있을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해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우선이다. 물론 2, 3심이 남았지만 야당의 요구에 앞서 선제적으로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침묵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