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절정에 이른 최근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는 `펜스 룰`이라는 단어다. 펜스 룰(Pence Rule)이란 미국의 부통령 마이크 펜스(Mike Pence)가 2002년 의회 전문지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 절대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철학을 소개한 것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이클 펜스는 해당 인터뷰에서 자신은 "보좌관을 반드시 남성으로 임명하며, 아내를 동반하지 않으면 술을 제공하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실 `펜스 룰` 이란 단어를 펜스 부통령보다 먼저 사용한 이가 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1948년 `빌리 그레이엄 룰(Billy Graham rule)`이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기독교적 시각에서 성적인 문제와 관련한 일체의 의혹을 피하고자 전도자들에게 권고한 도덕률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 룰이 여성과 남성을 성적 관계로만 규정한다는 점에서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특히 직장과 같은 공적 영역에서 펜스 룰을 실천할 경우, 남성 고위직이 대다수인 조직에서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업무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배제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여성을 차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남성 참가자들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시대를 맞아 여성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주는 멘토링(mentoring) 문제도 언급됐다. 한 미국인 재무책임자는 "젊은 여성 동료와 1대1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망설이게 된다"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2017년 가을 터져 나온 미투 운동이 할리우드와 언론계, 정계, 스포츠계 등의 유력 인사들을 줄줄이 낙마시키면서, 이제 남성 관리자들은 여성 후배 직원들을 멘토링 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NYT가 보도했다. 또한 기업들이 성희롱이나 비행의 위험 최소화를 도모하면서 여성 직원과 남성 상사 간 접촉도 최소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을 멀리하자는 소위 `펜스룰`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지난해 2월 여성인권단체 `린 인`(Lean In)과 여론조사기관 `서베이 몽키`(Survey Monkey)가 각각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성 관리자 거의 절반은 1대1로 일하거나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과 같은 여성들과의 활동에 불편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 관리자 6명 중 1명꼴로 여성 동료에게 멘토링 하는 게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세상은 남자들만으로 살 수 없고 그렇다고 여자들만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남녀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서로 존중하고 타협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성희롱을 정당화하지는 얘기는 아니다. 즉각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그런 말과 행동이 성희롱임을 일깨워주는 용기와 적극성도 있어야 한다. 너무 갑작스럽게 세태가 변해 어디까지가 유머인지 어디부터가 성희롱인지를 분간 못하는 남성들도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어느 수필가의 글이 생각난다. "이러다 남자들 모두 절로 올라가는 건 아닌가?"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고….